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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19. 2021

커피를 쏟으면...커피 향이가득해져

커피향으로도 카페인 섭취가 되나요

하루 시작을 커피로 시작하는 날이 많다.


눈뜨자마자 핸드드립을 내리기 위해 물을 끓이고,


한 스푼 가득 커피가루를 드리퍼에 넣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오늘은 뭐해야 하지, 일정이 머였더라'


잠시 어제 못다 한 일을 생각한다.


어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늘로 이어져오고 있고, 오늘은 내일로 이어질 것이다.


끓는 물이 준비되면 드리퍼에서 차분히 뜨거운 물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커피가루에 살짝궁 적응할 수 있도록 몇 방울을 먼저 떨어뜨려준다.


커피가루는 반갑다는 듯, 거품을 내며, 원래 자신의 부피보다 약간 더 신나하며 부풀어진다.


처음과는 달리 엉클어진 커피가루를 다시 모으기 위해, 뜨거운 물을 다시 붓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커피 자신의 몸을 녹여, 밑으로 밑으로 진액을 잘 - 떨어뜨려주는 것을.
'양초가 되어 본 적 있는가. 자신의 몸을 태워 주위를 밝혀주는.'
아니,
'커피가 되어 본 적 있는가. 뜨거움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을 녹이고 할 일을 다하고도 향기를 주는.'
*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남은 커피가루의 방향제로 쓰지 않던가



그렇게 또 아침, 커피와 뜨거운 물은 잠깐의 만남을 하고, 아니 '합체'를 하고 나에게 올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나에게 활력을 줄 것이다.

아침을 좀 더 생기있게 출발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일상에서 늘 그렇듯,


반복되는 것들은 항상 '당연' 하게 느껴진다.


당연히 제공되는 '아침의 커피'를 가지려는 순간,



나의 방심은, 커피와 뜨거운 물 그리고 나의 일반적인 하루 시작까지 무너뜨렸다.


일상과 방심, 그리고 '당연히' 오는 즐거움을 망친 것이다.


잠시 멍한 1분을 보낸다. 아니 어쩌면 3분이었을지도.


그리고, 그 3분 동안 생각한 최고의 아이디어는,


'걸레로 닦으면, 걸레를 또 씻어야 해!, 그래 물티슈로 닦자'



물티슈 3장을 꺼내, 닦고 닦았다.


커피는 좋은 녀석이었다. 비록 바닥에 흘려져 나에게 일거리를 주었지만,

청소하기 어려운 녀석이 아니었다.


커피 향이 퍼진다.

어쩌면 커피를 내릴 때보다 더 많이.


온 집안이 '커피 칠'로 잠시 지저분해졌지만,

온 집안이 '커피 향'으로 감싸졌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는 것 대신, 커피 향으로 대신한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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