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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Feb 26. 2021

라오스의 따뜻한 밤 그리고 고요하고도 바쁜 발걸음

생각하고 생각하는 라오스

대부분, 한 나라의 수도는 발전 속도가 빠르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것이 발걸음이든, 건물이 만들어지는 모습이든, 산업의 발전이든 말이다.



더군다나, 개발도상국에서의 발전 모습은 개발국의 지원 때문인지, 아니면 더딘 개발의 갭을 메꾸려는 노력 때문인지 한 달 두 달, 한해 두 해가 다르게 바뀌어간다.


라오스의 비엔티안도 비록 우리가 보기에는 발전이 느리고 변화된 것이 많이 없어 보일지 모르나,


현지에 사는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어렸을 적 비엔티안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높은 건물이 많아졌고, 발전되었다고 한다.


나는 라오스의 발전을 고요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표현하고 싶다.


고요함은 평화롭고도 잔잔히 흘러가는 라오스의 모습을, 빠른 발걸음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현지인들과 비엔티안에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재미있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빠른 발걸음을 가졌다 할지라도 라오스의 고요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규모의 중국자본과 개발국의 원조자금이 들어오면서 라오스는 나름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비엔티안과 방비엥을 잇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져, 관광객의 여행 편의성이 증가하고,

비엔티안과 중국까지 이어지는 철도도 개통 준비 중이다.



높은 고층건물이 올라서고 있고, 도로가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차들이 넘친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이 되면 "롣띧"이라고 외칠 정도로 주요 도로에는 차 막힘이 심한 것도 사실이다.



라오스의 바쁜 하루 일상은 우리가 보통 시작하는 아침보다, 어쩌면 내가 보통 시작했던 아침보다 훨씬 빨리 시작된다.


아침 일찍 출근시간에 맞춰 꼬치구이와 죽, 국수를 팔기 시작하는 상인들은 도대체 몇 시부터 준비를 시작한 것인가!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당연히, 나의 보통 하루보다 일찍 마무리된다.


그래서인지, 밤 9시-10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고, 12시가 넘어가면 우리의 24시간 편의점과는 다르게 여기의 편의점도 대부분 문을 닫는다.

* 술집의 경우 새벽 1시-3시까지 영업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기에, 나는 가끔씩 라오스의 따뜻한 밤을 맞이하러 나선다.


사실, 라오스에서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공터나 야시장의  큰 공간은 언제나 사람들이 많이 있다.


탓 루앙의 큰 공터는 주차장인지, 공원인지, 공터인지 아직도 그 용도가 헷갈린다.

그 용도가 무엇 중요하랴.


저마다 공놀이, 배드민턴, 에어로빅, 산책 등 이유가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 구경할 거리가 많기에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산책을 하면서 보게 되는 친구들과의 산책, 놀이, 즐거움.

그리고 기도하는 사람들.

에어로빅하는 사람들.

무엇이 즐거운지 웃고 떠드는 사람들.


거기에, 큰 공터를 마음껏 달리는 나름 오토바이 폭주족들.


어쩌면, 질서 없이 보이는 이곳이, 탓 루앙의 옆에 있기에 질서 없음이 용서되는 것일까.
아니면, 라오스인들이기에 질서 없음이 아니라 이해됨으로 해석되는 것일까.



그래도 좋다.

따뜻한 밤을 맞을 수 있으니.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라오스에서 자주 맞을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아니기에, 더 유니크하게 느껴진다.

사실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산책공간이 있다는 것을.


어느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곳도 있다.


그러하기에 오늘도 라오스의 따뜻한 밤을 맞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오늘도 흘러가는 고요하고도 바쁜 발걸음의 라오스.


따뜻한 밤을 맞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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