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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Apr 08. 2021

라오스, 환율 너! 어디까지 오르려고

달러 쓰는 외국인은 좋지만 현지인은!


코로나 19가 발생했던 2020년 상반기가 생각난다.


라오스 정부에서는 달러를 통제하기 시작했고, 은행에서는 하루 1천 달러 정도로만 환전을 해주었다. 그마저도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왔을 땐 달러를 구할 수 없기도 했다.


한 현지인 친구가 나에게 와서 부탁을 했던 적도 있었다.


너 달러를 현지화로 바꾸게 되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낍은 있는데 달러를 구할 수 없어서 다른 나라의 물건을 구매할 수가 없어.


베트남에서 물건을 구입해와서 라오스에서 장사를 하던 친구는 달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라오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은 '달러'환율에 의존하고 있고, 그 환율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 자국의 경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을 받게 된다.




2016년 이집트를 여행했던 게 기억난다.


11월쯤이었던 것 같다. 약 2주 정도의 여행을 계획했지만, 일단은 100달러 정도만 환전을 했다.

그리고, 환전한 100달러를 다 쓰고, 다시 달러를 바꾸는데, 처음 100달러를 바꾸었던 때보다, 이집트 현지 돈을 1.8배-2배 주는 것이 아닌가.

당시, '정직함'을 나의 최대 무기로 생각하고, 또 여행 중 불운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환전상에게 말했다.


이거, 돈을 잘 못 주신 게 아닌가요?

그거보다 더 못줘요. 달러를 더 파시는 거면, 생각해 볼게요.


가만 보자, 이거 먼가 달라졌다 싶어 환율 기준표를 보니, 며칠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집트가 며칠 전부터 달러 부족으로 예전 우리의 'IMF' 사태와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달러의 가치가 거의 2배가량 높아졌던 것이다.

더 웃긴 건, 현지 물가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 말은, 현지인들은 통화가치의 하락과 돈의 가치 하락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여행객인 나는 좋았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쓸 수 있는 돈이 두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 후, 이집트를 여행하는 2주 동안 공공장소 입장료 등 비용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여행하는 동안 달러-이집트 현지화 환율은 점점 올랐고, 현지화의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했었다.



라오스도 달러가 많지 않다. 그래서 환율의 변동이 심한 편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에서 1달러에 8,500 Kip 정도 하는 것이 지금은 가파른 상승세로 9,400 Kip 가량으로 거래된다. 은행이 아닌 사설 환전소에서는 이보다 더 큰 10,000 Kip이상으로 거래되는데, 이는 달러 확보가 어렵기에 사설 환전소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게 아닐까 싶다.


라오스 정부에서 환율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낍의 가치를 높이거나 안정화시키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달러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대체 방법으로 태국의 '바트'를 보유하기도 한다.

태국과의 왕래가 잦고, 태국의 물품을 구매하는 빈도와 규모가 크기에 라오스에서는 달러 다음으로 태국의 바트가 인기 있는 통화이다.


100달러를 지불하면 받는 돈 950,000-1,000,000 Kip.

현재 100,000 Kip 지폐가 가장 고액으로 약 12,000원 정도의 가치이다.

달러를 환전해서 현지화로 받으면 꽤 두둑해진다.




라오스 현지화 낍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과거 동안 물가의 변동은 그에 비할대는 아닌듯하다. 비록 조금의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라오스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현지화 가치의 상승은, 달러를 거의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라오스 사람들이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돈을 잃고 있는 상황'


을 겪는 것이니 말이다.


실제로 은행에서 이자율이 이런 상황을 말해준다.


라오스 국민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BCEL은행의 경우,

현지화 1년은 약 5.7% / 2년은 약 6.8% / 5년은 약 7%의 이자를 지급한다.

달러의 경우는 1년에 약 3.4%이고 말이다.


현지화를 은행에 왕창 예금해 놓으면 그 이자로 생활할 수 있지 않겠냐 말하겠지만,

현지 친구가 이야기한 게 생각난다.


나 5만 달러어치를 현지화 낍으로 은행에 넣어뒀는데, 1년 지나니깐 이자를 받는데도 손해야.

낍 가치가 하락해서...




나는 외국인이라서 좋다.

달러로 현지화를 바꾸면, 당장 내 손에 들어오는 현지화 '낍'이 조금이라도 더 들어오니 말이다.


그런데, 환율 변동이 지속적으로 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이제 겁이 난다.

작년 코로나 19 상황 초기에 달러 유출을 갑자기 막아버리는 규제를 경험하고선 말이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수준의 환율과 물가가 좋다. 그렇게 지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이곳 라오스에서,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노력하면서,

잃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공평하게 생각 들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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