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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28. 2021

라오스, 더울 땐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때리는 게 최고

영화 스포 : 고질라와 콩이 친구였어?


작년에 한국영화 '반도'가 개봉했을 때, 라오스에서도 같이 개봉했다.

나는 비엔티안 센터 4층에 있는 극장에 가서 '반도'를 보리라 일주일 전부터 계획했다.

그리고, 그날 나에게 했던 약속대로 영화관을 찾았는데... 센터에서 차와 사람들이 우르르 나온다.

그리고, 비엔티안 센터 건물이 어둡다.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며, 비엔티안 센터 건물 자체를 폐쇄했단다. 내가 영화를 보기 위해 센터를 찾은 그날 말이다.


그날 이후로, 라오스에서 영화관을 가보지 않았으니 극장에서 영화를 본 지 꽤나 오래되었다.



요즘 라오스는 건기가 시작되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덥다.

길가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걸어 다닌다 하더라도 우산을 챙겨서 다닌다.

처음 라오스에 왔을 때, 지리를 익힌답시고 라오스 시내를 2-3시간가량 걸어 다니면서 사람을 찾아다녔던 처음의 기억이 난다. 이제는 걷지 않는다. 라오스에서 더운 낮시간 동안의 활동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라오스 사람들과 외국인들도 실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찾는다.

라오스에는 멀티플렉스, 백화점, 센터 등의 건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엔티안 센터도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 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문이 났는지, 영화관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영화관에 오기 전,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혼자서 대관하는 건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이 한국의 영화 비용보다는 절반 정도 수준이지만, 라오스의 물가와 그 금액으로 할 수 있는 걸 생각했을 때에는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차분히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



영화 시작은 2시인데, 티켓을 구매하고 나니 12시 20분이다.


무얼 하나~무얼 하나~

센터나 돌아봐야겠다.


비엔티안 센터 1층에서는 매주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뜨거운 햇빛을 피해 실내에서 행사를 구경할 수 있다.

탁구도 치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준비한다.


나는 영화관 구경이 하고 싶어서 1층으로 내려갔던 발걸음을 다시 4층의 영화관으로 옮긴다.

스낵코너엔 머가 있나~,

역시 우리나라의 스낵코너가 짱이구먼.

여기는 팝콘과 간단한 음료뿐이라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사실, 라오스의 영화관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놀이시설이나 인프라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생각했기에 큰 기대 없이 오늘 하루 영화관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온 것이다.

, 아프리카에서 영화관에 가서 벼룩이 옮아와서 한참을 고생했던 경험도 기대감을 줄이는데 한몫했던 듯하다.


그런데, 영화관은 생각보다, 좋은 휴식공간이자 대기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기다리는 동안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또, 영화관 안은 250-300명을 수용하는 정도의 크기였지만, 앞 뒤 공간이 넉넉해서 영화를 보는 동안 허리를 쭉~빼고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더라도 앞의 의자에 부딪히는 일이 전혀 없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coming soon 영화 소개가 많았는데,

라오스에는 영화 산업이라는 것이 없는 정도이고, 또 태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서인지 태국 영화 소개가 대부분이었다.

* 라오스 사람들은 태국의 TV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하고, 태국어를 70퍼센트 이상 이해할 수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영화는 영어/라오스어/태국어의 옵션으로 되어 있는 상영시간과 상영관을 택했는데

사운드는 오리지널 영어로, 자막은 태국어였다.


라오스에서 언제쯤 라오스 영화를 볼 수 있을까.

경제가 발전해야만 문화가 발전할 여력이 생길까. 아니면,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나 K-Pop처럼 여가 문화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보편화되고 높은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갑자기 영화를 보다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감정이 담겨있는 우리나라의 언어로 된, 우리나라의 문화와 상황을 포함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인데,

시원한 극장으로 피신하나, 은행으로 피신하나~


* 스포 추가: Godzilla 너무 세서, '갓'질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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