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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28. 2021

라오스, 결혼식 초대에 응하다

친구의 친하지 않은 친구 결혼식


요즘 시기의 라오스의 비엔티안 시내는 바쁘다. 성수기다.


결혼 성수기.


카오 판사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결혼식 등 행사를 피하는 라오스 인들이 많다.


그래서 결혼식과 중요한 행사 등이 7-8월부터 11월까지 거의 진행되지 않으므로, 요즘 같은 연초의 시기에 행사가 많이 진행된다.


특히, 라오스 비엔티안의 좁은 골목길과 도로가를 지나가다 보면,

정부행사도 아닌 개인 결혼식과 행사를 위해 도로가와 골목길을 점령한 텐트 등의 행사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을 이장의 허락을 받아 집 앞에서 결혼식 피로연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행사를 해왔으니 말이다.




길가를 지나면서 수없이 많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정식으로 초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일전에 마을을 지나가면서 결혼식을 하길래, 양해를 구하고 기웃거리긴 했어도 말이다.


이번 초대도 사실, 초대장(청첩장)을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친구 녀석이 받은 초청에 나는 파트너로 가는 것이다.

친구 역시도 아주 많이 친하지는 않단다. 나는 친구의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


호텔에서 결혼식이 진행된다길래, 조금은 기대를 하면서 가는데...


이런, 야외에 텐트와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ㅋ


요즈음 라오스 비엔티안 날씨는 덥다. 밤에도 더워서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으면 땀이 흐른다.

불길한 예상을 하며,


호텔 앞, 공터에 마련된 결혼식 피로연, 자리로 향한다.


라오스 결혼행사는 바씨 세리머니 등을 하고, 친인척과 친구, 지인들과 함께 파티,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진행하는 모든 것이 결혼식이다. 그래서 준비부터 행사까지 1일 또는 2-3일간 결혼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날 결혼식 행사에서는 바씨 세리머니는 아침에 진행이 되었고,
저녁의 행사는 파티와 식사를 하는 피로연 정도였다.




친인척, 가족분들로 보이는 분들이 입구에 서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외국인이 결혼식에 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반가움과 신기함이 섞인 웃음으로 맞아주었는데, 그 미소는 역시나 라오스의 아름다운 미소였다.



500명에서 1천 명까지 수용할 듯한 공간이었다.


역시나 맥주를 좋아하는 라오스 사람들이니, 자리마다 맥주와 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서빙을 하는 직원들은 얼음을 나르기 바빴다.

* 라오스에서는 맥주를 먹을 때 보통 얼음을 넣어서 먹는다. 냉장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맥주를 더 시원하게 먹기 위해 얼음을 넣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맥주에 얼음을 넣어 먹기 때문에 수분을 같이 섭취할 수 있고, 그래서 순수하게 알코올만 먹는 것보다는 덜 취해서 몇 시간이고 술자리를 오래도록 하는 라오스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행사는 초대된 가수가 노래도 하고, 다 같이 라오스 춤을 추기도 하고, 그리고 결혼을 축하하는 축사도 있다.


행사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 이렇게 결혼행사를 준비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

- 보통, 참석하는 사람당으로 비용이 들걸. 한 사람당 5만 낍, 10만 낍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여기는 10만 낍 정도 될 거 같아. 만약 호텔 안에서 했으면 15만 낍이나 20만 낍 정도 될 거야

- 내가 알기론, 이런 행사는 남자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거지?

- 그건 서로 합의를 통해서 진행했을 거야. 그래서 행사에 올 때, 축의금 준비하는데,
음... 여긴 한 사람당 15만 낍 정도 들 테니, 적어도 15만 낍 이상은 축의금으로 내야지.
* 라오스에는 결혼을 할 때, 남자 측에서 여자 측에 지참금 형식의 현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은, 서로 간 상견례를 진행할 때 협의하게 된다. 시골지역에서는 소 등의 가축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친구 녀석에게, 그동안 궁금했던걸 더 물어본다.

라오스에서의 평균 급여나 벌이를 알고 있기에 이렇게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벌이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드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말이다.


-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면, 왜 굳이 이렇게 크게 행사를 해? 차라리 이런 행사보다 결혼해서 살 집을 사는데 보태는 게 더 낫지 않아?

- (웃으며) 그래도 지인들과 친척들 초대해서 결혼식 해야지. 나도 결혼식을 이렇게 할 거야.


아마, 현실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나보다, '체면'과 '도리' 그리고 '전통'을 중요시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친구 녀석이 한 가지 더 말한다.


나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이 만약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보통 여동생 측에서 오빠인 나에게 돈이나, 머 그에 상응하는 다른 선물 같은걸 주기도 해. 미안하다는 의미에서? (ㅎㅎ)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에서야 별 신경을 안 쓰는 '형제자매간 결혼 순서'이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동생이 먼저 결혼하기 위해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았던가. 비슷하게 닮은 부분이다.


그렇게 행사가 진행되기를 기다리면서, 멀뚱멀뚱 테이블 위의 맥주를 보고 있다. 그리고 사람 구경을 한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초대 가수가 몇 곡의 노래를 한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발라드와 댄스의 중간 장르 음악인 듯하면서도 전통음악 같기도 했다.


결혼행사에는 가족, 친척, 친한 친구, 직장동료, 지인 등이 참석하는데, 꼭 초대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마을 이장'이다.

라오스에서는 마을 이장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에 대한 거주권과 명단 보유에 대한 권한이 있으므로, 결혼식 후 합가를 하는 부부에게 마을 이장은 중요한 사람이다. 실제로 결혼 증명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마을 이장에게 받아야 하는 서류도 있다.


초대가수가 몇 곡의 노래를 부르고, 축사가 이어진다.


그리고, 늦은 시간 음식이 서빙되는데, 사람들이 몰렸다. 서너 곳의 음식이 제공되는 장소에는 사람들이 한 번에 몰려 음식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음식을 나르지만, 음식은 부족한 듯 보였다.


이제 남은 건 맥주뿐이다. 물과 맥주. 하긴, 무엇이 더 필요하랴.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즐긴다. 대화하고, 웃고, 노래 부르며 말이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무대에서 춤도 춘다. 전통댄스뿐 만 아니라 인기 있는 음악에 맞추어 발을 동동 구르며 간소하면서도 가벼운 춤을 춘다.


행사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다.


밤 8시까지 오면 된다길래, 늦을까 7시 30분에 도착한 나는,

행사가 시작되는 9시까지 행사장과 호텔 구경을 했고,


그 후 행사는 내가 떠나는 12시 30분까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진행되었다.

도대체 무슨 행사를 했었냐 라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웃었던 것.




적어도 외지인이었던, 그리고 신랑 신부와의 친분도 없던 나를 반갑게 맞아준 호의에 다시 한번 라오스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식 행사에 참석해 앉아있는 동안, 불편함이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밤 12시가 좀 더 넘은 시간, 자리에서 일어서는 친구를 따라 나오는데, 친구 녀석이 말한다.


저기 남은 사람들, 내일 아침까지 저렇게 놀 거야.



다음엔 시골에서 결혼식이 있으면 한번 가보자고 이야기하며, 결혼식 행사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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