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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Mar 18. 2021

라오스에서도 아프면 병원에 간다

나아지는 중이니치료인 걸로치자

'엇! 씹히는 느낌이 먼가 이상한데.'


3년 전, 한국에서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덮어 씌운 금박지가 빠져나왔다.


비록 젤리를 씹고 있었다고는 하나, 그다지 끈적하지 않은 젤리 사탕이었는데. 이런...


다행히, 인레이 부분의 금을 다시 씹거나, 파손시키는 불상사는 인레이가 빠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 빠른 순발력으로 뱉어냈기에 막을 수 있었다.




인레이는 아주 작은 조각일 뿐인데, 가슴이 휑한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라 할지라도, 입안이 휑한 느낌이 든다.

인레이가 빠진 이빨 부분에 혀를 갖다 대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내 일부분이 툭 빠져버렸다.


그런데 걱정이 시작됐다.


라오스에서 병원을 가야 한다니...

되도록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한국이든 어디서든 병원을 가는 일은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라오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라오스의 의료시설은 동남아에서도 가장 많이 낙후되어있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의료지원과 의료시설과 인력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낙후된 의료시설과 치료 인력의 부족으로 적절한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라오스의 부유층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태국의 병원을 다녀오기도 한다.


문제는, 코로나 19 상황으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편이 없다.


빠진 부분의 이빨이 가만히 두면 시리진 않지만, 식사를 할 때 너무나 불편하다.

고민이 시작된다.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오래 두면 치아가 마모되어 빠진 조각의 금박지를 재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빠진 금박지를 치아에 다시 붙이는 시술만 하면 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가는 것이 꺼려진다.


사실, 라오스 도로와 곳곳에 'Clinic' 이 많이 있다. 이는 특히, 치아와 관련된 개인 클리닉인데,
개인 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는 큰 병원에서 일을 하고 주말이나 쉬는 날 돈을 더 벌기 위해 개인 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만큼 병원에서의 벌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수입을 늘리기 위해 개인 클리닉을 운영한다.


그렇다고, 라오스에 외국인을 위한, 그리고 중산층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괜찮은 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내셔널 병원도 있고, 큰 병원도 있다.

그래서 연락을 했더니, 치과 관련 진료는 없단다. 대신 French medical centre를 소개해준다.





찾아간 프랑스 의료센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병원의 크기와 외형은 아니었다. 좀 큰 가정집에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그 정도의 외형이었다.

그 위치 또한, 골목 안쪽 길에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나름 유명한지,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줄 서 있었다.


나 역시도, 30여분을 기다렸고 의사와 면담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프랑스인처럼 보이는 접수원이 말을 걸어와 '적절한 거리두기'와 잠시 대화를 나누어서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은 오래 느껴지지 않았다.


- 너 여기에 살고 있어?

- 응, 지금 여기서 살고 있어

- 나 한국음식 먹고 싶은데, 괜찮은 한국식당 좀 추천해줄 수 있어?

- 아, 그래?  여기 여기도 있고,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가더라. 그런데 나는 한국식당 잘 안가. ㅋㅋ

- 왜 안가? 맛이 없어?

- 그냥, 여기 다른 거 먹을게 많이 있잖아. 그래서 잘 안가. 그런데, 외국인은 한국식당 많이 가더라.



라오스에서 나는 동남아 음식과 유럽 음식을 찾고, 이 녀석은 한국, 일식, 동남아 음식을 즐기나 보다 싶었다. 그래도 한국음식을 좋아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별 중요함이 없는 대화를 하고, 의사와 면담을 하는데,


자신감이 외모에 묻어나는 중년의 핸섬한 유럽인이었다.(러시아 인인지, 프랑스 인인지 헷갈렸다.)


병원의 외형과는 다르게 나름 신식 기계들이 보였다. 컴퓨터와 한국에서 보던 치과 장비들도 말이다.


치아의 사진을 찍고, 문제점들을 발견하더니,

인레이가 빠진 치아 외에도, 다른 것들도 많이 언급한다. 스케일링과 다른 치아의 간단한 치료도 말이다.


'스케일링이라니. 스케일링이라니. 치석부터 먼저 제거하고 치료를 하자니.'

* 한국에 돌아가서 스케일링과 치아 치료를 하려 계획했었기에, 치석이 잠시 밀려 있었던 것뿐이다!


의사와 한 달에 걸쳐 총 4회의 치료를 받는 일정으로 계획을 잡는데, 스케줄을 보니 '인기쟁이 의사' 인가보다. 쉬는 날 없이 빽빽하고, 20-30분 단위로 약속이 꽉 차있다.


사실 내가 치료를 받으면서 이 의사가 한국의 의사와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건, 한국의 의사가 조금 더 결정을 쉽게 내려주었던 것 같다.

이 의사의 경우, 현상을 말해주고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는 뉘앙스로 '결정은 네가 해'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좀 더 물으면 '그건 확신할 수 없어'라는 말과 말이다.

물론, 엑스레이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상황이 이해는 되지만, 조금은 방어적으로 느껴졌던 상담에, 병원에서 생소함을 느꼈다. 그리고, 더 좋은 옵션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게, 미뤄둔 스케일링과 빠진 치아의 인레이를 다시 부착을 했다.

다행히 큰 문제(?) 발생은 없이 차례차례 치료는 진행되었고,

그리고, 마지막 날 가장 골치 아팠던, 사실 계속 통증이 조금씩 있었던 치아를 손대기 시작했다.


30-40분간의 큰(?) 치료과정을 거치고, 새롭게 꽉 채워진 나의 윗 치아를 혓바닥으로 느끼기 시작하는데, 조금은 생소했다. 무언가가 다시 나를 채웠으니 말이다.

*병원비가 매번 청구될 때마다 싸지는 않다고 느꼈다.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더 비싼 느낌이 있었다. 추후에 알게 되었는데, 라오스의 일반 클리닉보다 2-3배 이상은 비싼 가격이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 분과의 한 달 간의 긴 만남을 뒤로하고, 병원을 나선다. 간호사 분이 아쉬웠던지 나에게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데이터 베이스에 넣으려고 그래'


같이 찍으려고 했던 포즈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옮기면서,

깔끔한 증명사진 한 장을 남겨드리고, 계산대로 향한다.


당연히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꽤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그렇게 치료가 끝나고,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의 근심은 끝나는 듯했다.




3일이 지나기도 전에, 마지막 나의 공허한 윗 치아를 채운 레진은 완벽하게 덮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뜨겁거나, 차가운 액체류의 음식을 먹을 때면, 천장에 비가 새는 것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흘러들어와 약간의 통증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속으로 말한다.

'의사 놈, 제대로 좀 해주지!.
역시, 한국이 최고야!'



' 그전보다 나아졌으니 치료는 된 것이고,

 그래도 아프니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은 아니다. '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내가 있는 라오스, 좀 더 발전이 필요한 개발도상국들에서 느껴지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뜨거움과 차가움을 섞어 미지근하게 먹는 법으로 적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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