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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Jun 03. 2021

이놈의 라오스, 아니 이놈의 중국산.

태국산도 똑같네

이 놈의 건전지. 갈아 끼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렴한 건전지로 구매한 내 잘못인가. 무선 마우스에 갈이 끼운 배터리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벌써 무선 마우스의 커서가 컴퓨터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분명! 중국산일 것이라 확신했다.

건전지를 조금이나마 더 쓰려고 양끝을 깨물어본다. 작동이 된다. 5분 정도.


새 것으로 갈아 끼우기 전, 중국산 제품이라 생각한 나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배터리 옆쪽에 쓰여있는 작은 글씨를 본다.

'made in Thailand'


이런! 태국. 너는 믿었건만. 중국보다는 훨씬 낫다고 믿었고, 수많은 미용제품과 식재료도 태국산 제품을 사용하는데!!




세계 어디서나 이제는 중국에서 제조하는 물품 없이는 살기 힘들 정도의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중국의 물품이 라오스 전역에 대중화되어 있지만 한국 물품 경우는 싼 가격의 중국산 물품과 비교해, 고급스러운 물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라오스의 경우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면 가격이 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큰 슈퍼나, 마켓, 야시장에서도 중국산 물품이 절반 이상은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제조공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라오스는 베트남, 태국에서도 물품을 많이 수입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 물품과 식재료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그나마 태국 물품이 조금은 더 안심되기에 가능하면 태국 물품을 쓰려한다. 적어도 태국에서 분유나 화학 달걀 등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듣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태국의 경우에는 일본 제조 공장이 많고, 일본과 워낙 교역이 많아서인지 일본 제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라오스는 태국으로부터 많은 식품과 과일,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다.


나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

쇼핑을 할 때, 오래 쓰고 좋아 보이는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재미도 안다. 그래서 야시장이나 재래시장을 가게 되면 현지인들과 섞여 물건 구경들을 하는데,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어 물품 가격과 질 등을 비교해서 적절한가를 고민해보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도 많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분명 금방 고장 나서 쓸모없어질 것이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여행할 때만 해도 마무리와 질이 좋은 괜찮은 옷가지와 물건들을 봤는데, 라오스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다.

해외의 NGO단체들이 지원해서 교육하고 만드는 질 좋은 핸드크래프트 물품들은 몇몇의 기념품 가게에서 볼 수 있지만 말이다.

물론, 관광객이 주 고객이기에 가격대가 라오스 물가에 비하지 못할 정도로 높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만드는 핸드폰과 가전제품은 세계적으로 워낙 뛰어나기에 어느 나라를 가도 현지인들이 한국이라 하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 이름을 말하며 아는 척을 한다. 제품이 좋다며 말이다.


여행 중에 그런 이야기는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거니 싶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라오스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확실하게 느낀다. 한국에서 쓰던 내 나라 대기업의 제품이 월등히 좋구나 싶은 것을 말이다.


분명 이리저리 옮기면서 쓰기 위해 이동이 가능한 선풍기를 샀지만, 조잡한 부품들의 조립 때문인지 선풍기의 목이 쉽게 빠진다. 고정식 선풍기가 되어버렸다. 이놈은 설명서는 작동 스위치 부분에 한자로 적혀있고 중국 슈퍼마켓에서 샀으니 중국 물품이 맞다!

꽤 튼튼해 보이고 좋아서 샀지만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마트에는 분명히 '반품불가' 문구가 쓰여 있었기에, 실랑이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 A/S니 수리니 그런 게 어딨나. 슈퍼에서는 물건을 사고 돈을 내면 땡이다.


이놈의 건전지. 한국에서 사는 에너지 파워나 기타 중저가의 AA 건전지를 무선 마우스에 끼우면 적어도 한 달은 가는데...

일주일은 좀 심하지 않나. 같은 AA 크기인데, 반만 채운 건가.


어림짐작으로 중국 제품이 분명하다 생각했건만, 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니.

전기가 부족해 라오스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태국이라지만, 건전지는 제대로 좀 채웁시다.

실망이야 태국.


라오스에서 태국 제품이 베스트 옵션 중에 하나라 생각하기에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뭣하다.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산이니 베트남산이니 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해도 대안으로의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오스에서는 어떤 문제나 상황이 발생하면 되도록 자연적으로 해결되도록 두거나 좋게 좋게 해결하려 한다. 물건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말이다.

발버둥 치려 해 봐도, 마땅한 발버둥이 없다. 상대도 없고, 받아주는 이도 없다.


그래, 그래서 나는 건전지 양쪽을 한번 더 깨문다.


깨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5분의 시간을 더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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