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콘텐츠다

by 내우주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표현은 제가 예산의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로컬’이라는 신조어는 시골이나 변두리를 떠올리게 했던 ‘지방’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문화적 흐름이 아닐까요.


예산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낡고 촌스러운 콘텐츠가 아닙니다. 구수하면서도 힙한 정서를 품은 매력적인 로컬브랜드이자 확장 가능한 문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대중에게 지역을 알리고 색다른 로컬콘텐츠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 중심에는 고향이라는 정서적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지역 고유의 민담인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코믹 가족극 <어떻게 온겨?>입니다. 빈집을 재생한 창작 공간 <스튜디오 감나무집>에서 관객들과 함께 고향의 의미를 되짚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마당극입니다. 가장 예산다운 공간에서 풀어낸 정겨운 고향의 이야기.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예산이라는 지역에 더 관심을 가지고 메시지에 공감하게 됩니다.


“예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었다.”, “잊혀가던 고향의 기억이 되살아났다.”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우리 동네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외지에서 온 관객들이 더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로컬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지역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열망도 생겼습니다.


그 무렵, 서울 성수동의 한 대형 문화공간으로부터 <어떻게 온겨?>를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산의 음식, 술, 의상, 이야기까지 어우러진 우리 공연이 “독창적이고 신선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팝업(Pop-up) 형태의 프로젝트 제안을 받은 것이죠. 팝업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에서, 보통 대관료만 해도 천만 원이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말 꿈만 같은 제안이었습니다. “예산의 콘텐츠를 고스란히 성수에 들고 와보자”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저는 그것이 고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힙한 성수에서 가장 구수한 고향의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주제로 팝업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예산의 대표술 '추사'로 하이볼을 만들고, 예산쌀로 빚은 떡을 핑거푸드로 제공해 관객들과 고향의 맛을 나눴습니다. 배우들의 의상은 ‘의좋은 형제’에 맞게 꾸몄고, 예산의 백년가게인 '한국전통의상 현필원'에서 협찬을 받아 특별한 한복으로 구성했습니다. 예산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행사에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이 힘을 보태주신 것입니다. 고로컬을 시작했을 때 막연히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로컬콘텐츠의 모습이 하나씩 현실로 구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역과 함께 만드는 이야기의 힘을 실감한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짧은 홍보 기간에도 40석 규모의 객석은 전부 매진되었고, 준비해 간 예산 굿즈는 모두 완판이 되었습니다. 서울 한복판 성수였던 만큼 참가자 구성은 전국 각지에서 온 관객은 물론 미국, 필리핀 등 외국에서 온 손님까지 다양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뒤에는 배우, 관객이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와 자유로운 분위기의 네트워킹 파티도 이어졌습니다.


'예산의 이야기가 서울에서도 통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시도가 어느새 글로벌 관광객들에게까지 '힙한 콘텐츠'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무척 재밌고 감회가 깊었습니다. 가장 구수한 고향의 이야기를 재료로 가장 힙한 성수동의 밤을 연출한 것입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가장 예산다운 이야기가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이벤트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로컬브랜드를 탄탄하게 구축하려면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주민들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에 자부심을 갖고 우리의 이야기와 색깔을 드러내려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매력적인 로컬브랜드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DSC07513.jpg 고로컬 성수동 팝업 공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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