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컬을 안내합니다.

by 내우주

요즘 예산에는 양손 가득 종이가방을 든 외국인 여행자들이 좁다란 골목을 걷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띕니다. 이들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거리를 둘러봅니다. 이들에게 예산은 미지의 세계이자 탐험할 가치가 분명한 여행지 같습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예산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행자들을 관찰합니다.


원도심 여행 거점 공간 ‘로컬안내소 고로컬’은 임성로와 예산로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산상설시장과 지니스램프의 사이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부 방문객과 마주할 기회가 많습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지역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예산 방문 목적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BTS 진’을 외칩니다. 이들은 모두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ARMY’였습니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국적과 인종, 세대를 뛰어넘는 현상임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친숙한 나라지만, 예산은 낯설고 신기한 지역입니다. 대부분은 BTS 진이 문을 연 양조장을 방문하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옵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예산까지 오는 여행자들에게 이곳의 첫인상은 무엇일까요?


로컬안내소에서 만난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체로 “낯설지만 재미있는 여행지”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서울, 부산, 전주와 같은 유명 관광지를 이미 경험한 이들에게 예산은 색다른 매력을 가진 또 다른 한국입니다. 교통과 여행 인프라는 다른 대도시만큼 편리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여행지가 되는 셈입니다.


예산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여행한 후기는 마치 콜럼버스가 신항로를 개척한 것처럼 한국을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앞다퉈 부러움을 사는 ‘핫한 경험담’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지방 소도시 여행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관광 상품이 아니라,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로컬’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유명 아티스트를 향한 동경에서 시작된 관심이 현지인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예산이 가진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서울에서 2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지리적 접근성은 당일치기나 1박 2일 여행지로서 매력적입니다. 특히 외래 관광객들에게 이러한 지리적 이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충청도 특유의 감성을 담은 현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양조장과 오일장은 물론이고, 원도심 골목길에서 예당호에 이르기까지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여행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산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힘은 ‘로컬크리에이터’입니다. 기획자와 작가, 연극배우, 홍보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지역 자원을 활용한 투어 콘텐츠를 개발하고, 곧 충청도의 음식과 역사를 담은 ‘새참극장’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행자들은 예산이라는 극장에 들어선 관객이 되어 지역의 맛과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복제할 수 없는, 오직 예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로컬 특화 콘텐츠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각종 단어에 ‘K-’를 가져다 붙이는 경향에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일종의 밈처럼 가볍게 쓰였지만, 이제는 한국산, 한국적, 한국형임을 뜻하는 보편적인 접두어로 기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예산에서 ‘K-로컬’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지역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누군가에게는 별볼 일 없어 보이는 공간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예산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무대입니다.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찾는 관객의 취향은 ‘진짜 로컬’일 것입니다.


3. 원도심투어_지니스램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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