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사는 게 불안하진 않냐고요?

by 내우주

서울을 떠나 고향에 정착한 뒤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뭔 줄 아시나요? “시골에서 사는 게 불안하지는 않냐”는 것입니다. 이 물음 속에는 지역에서의 삶이 마치 무엇인가를 크게 포기하거나 단념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합니다. 먹고 살 만한 일은 충분한지, 정주 여건은 괜찮은지,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는지.


지방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도시의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가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에, 그것에서 멀어진다는 건 곧 불안을 감수하는 일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종종 지역의 어르신들로부터 양가적인 분위기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자녀를 열심히 공부시켜서 서울로 보내놨더니 개갈 안 나게(충청도 말로 '시원찮다/마음에 안 들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더라는 것입니다. 젊은이가 지역으로 돌아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정작 예산 같은 작은 고장에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런 걱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입니다. 주민들조차도 지역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예산에 내려오기 전까지는 지역에서의 삶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 인맥, 편리한 대중교통, 배움의 기회 등 제가 누려왔던 것들 대부분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고향은 제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의 삶이 더 안락하고 충만하게 느껴집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봅니다.


무엇보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일도, 정주 환경도, 인간관계도 스스로 기획하고 가꾸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큰 스트레스일 수 있겠지만, 늘 주체적인 삶을 꿈꿔왔던 제게는 오히려 생동감과 보람으로 느껴집니다.


지역에서의 삶은 자기 생을 창업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이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자,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에 책임지는 과정입니다. 로컬에서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야 이미 마련된 시스템과 구조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역에서는 스스로 그 틀을 짜고 여백을 채워야만 합니다. 그만큼 더 치밀한 자기 성찰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을 진정으로 ‘내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물론 지역의 삶은 불편함과 부족함을 동반합니다. 문화시설이나 교통 인프라의 제약이 크며, 일자리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현실적 조건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것은 곧 변화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며, 이곳을 조금 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가는 경험은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주체적 성취감을 줍니다. 이런 것이 요샛말로 ‘소셜 임팩트’가 아닐까요? 로컬에서 저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온 뒤 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불안은 환경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고향으로 돌아오는 걸 ‘돌아감’이라고 표현하지만, 제게는 오히려 또 다른 ‘출발’이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삶이 주어진 궤도 위에서 달리는 기차였다면, 예산에서의 삶은 스스로 길을 내며 걷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자원을 연결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자아가 예산에 단단하게 뿌리내립니다. 누군가 제게 지역에서 사는 게 불안하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불안할 틈이 없다고. 불안감보다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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