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부부의 신혼여행 인사이트
혹시 '신혼여행 워크숍'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결혼은 인생 최고의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여행 같은 삶'이 모토인 저희 부부는 지난해 말, 예산에서 우리만의 특별한 결혼 전시를 열었습니다. 인생이란 여행을 함께하기로 약속했으니, 앞으로의 여정을 그려보는 자체 워크숍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로컬 부부는 그렇게 잠시 예산을 떠나 지중해 시칠리아와 몰타섬을 탐방하고 왔습니다. 신혼여행을 겸한 로컬 워크숍을 다녀온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캐리어보다는 배낭을, 관광명소보다는 현지인으로 가득한 시장 골목을, 화려한 호텔보다는 로컬 B&B(Bed & Breakfast)를 선호합니다. 여행을 대하는 ‘추구미’가 닮았달까요.
식당도 가능하면 영어 메뉴판이 없는 곳을 고르는 편입니다. 우리도 명동 같은 데서 외국어 메뉴판이 붙은 집들을 자연스럽게 거르게 되는 것처럼요. 정처 없이 골목을 걷다 보면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가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구글맵 리뷰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진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공간 말입니다.
사실 시칠리아까지 간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저희 두 사람에게 ‘환기’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공간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얻고, 우리만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만의 ‘자체 워크숍’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희의 결혼특별전시 <예음展>에서 아내는 결혼을 두고, “인생 최고의 협업 프로젝트”라고 표현했습니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꺼내 놓고, 방향을 조율해 나가는 것.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팀플레이입니다.
시칠리아에서 2주간 머물며 이곳저곳을 탐방했습니다. 2주라는 시간은 지역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시칠리아는 제가 경험한 여행지 가운데 가장 지역성이 강한 곳 중 하나였습니다.
남한 면적의 4분의 1 규모, 인구 500만 명의 이 섬은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문명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카르타고,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 아랍과 노르만 등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여 오늘의 시칠리아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지금도 활동 중인 에트나 화산의 장엄한 대자연까지 더해지니, 이곳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 중 만난 시칠리아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무척 강했습니다. 시칠리아 요리는 이탈리아 식문화의 뿌리로 불릴 만큼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올리브, 피스타치오, 레몬 같은 작물이 풍부하고, 트라파니의 염전과 해산물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품질을 자랑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시칠리안(Sicilian)’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묶여 있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특유의 로컬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주말이면 거리에서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과 작은 축제가 열리고, 현지인과 여행자가 뒤섞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지역의 매력을 더했습니다. 연중 온화한 기후와 비교적 저렴한 물가 덕분에 유럽 전역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이 섬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해 온 역사가, 이곳만의 환대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요.
시칠리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며, 앞으로 예산에서 만들어갈 로컬 콘텐츠의 방향과 우리의 앞날을 함께 떠올려 보았습니다. 낯선 문화와 환경 속에서,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워크숍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짧은 여행으로 지역을 모두 다 경험할 수 없듯이, 우리의 여정 또한 천천히 발맞춰 걷는 연습을 통해 더욱 풍성해질 테니까요.
결혼식 대신 결혼전시를 하게 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