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이 차를 대하는 태도

이동수단, 車

by 내우주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고차를 구매한 것입니다. 대중교통 체계가 열악한 예산에서는 일상생활을 위해 자동차가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12만 km를 달린 2014년식 승용차는 그렇게 제 인생 첫 차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신차가 아닌 덕분에 차의 본질에 더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껏 세차장을 찾은 것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저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싣고, 목적지에 빠르고 안전하게 가 닿을 수만 있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며 차(車)에 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탈리아에 몇 주간 머물며 보니, 낡은 제 차가 이곳에서는 신차급 컨디션임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나이쯤 되어 보이는 낡은 차들이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 주차된 차 중에서는 외관이 온전한 차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거든요. 체감상 10대 중 7대 이상은 찌그러짐이나 심한 기스를 안고 있었습니다.


로마에서는 평행으로 주차된 틈 사이를 경차 한 대가 비집고 들어와, 범퍼로 앞뒤 차량을 툭툭 밀어내며 공간을 만들어서 주차하는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저와는 다르게, 운전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주차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범퍼는 그저 범퍼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마치 “범퍼는 원래 부딪히라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듯 태연했습니다. 우리 같았으면 미세한 흠집 하나에도 전전긍긍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차 유리에 썬팅을 하거나,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차량 관리 제도의 차이일 수도 있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인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현지인에게 듣기로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굳이 차에 썬팅 시공이나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부가적인 차량 장치는 난폭운전이나 보험 분쟁이 잦은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거리에는 크고 비싼 차보다는 실용적인 경차나 소형차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차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서로 다른 도시 환경이 운전 문화의 차이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에 형성된 유럽의 도시에서는 자연스럽게 도로 폭에 맞는 소형차가 더 선호될 것입니다. 코블스톤(Cobblestone)이 깔린 울퉁불퉁하고 좁다란 중세 도로에서 굳이 크고 값비싼 차를 몰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제가 속한 것들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익숙한 것에서 잠시 멀어져 봐야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오래된 제 차를 잘 가꾸고 더 아껴 줘야겠습니다. 신차처럼 대해줘야 신차 같은 퍼포먼스를 낼 테니까요. 차도,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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