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아래 평평한 마을, 하평리(下坪里)
최근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로컬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로컬 브랜드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로컬 브랜드가 무엇일까요?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중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로컬 브랜드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발표 장표를 만들었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에 캥거루와 쌀국수 사진을 한 장씩 띄워놓고 물었습니다. “이 이미지를 보면 어떤 나라가 연상되나요?”
아이들은 주저없이, “호주요!”, “베트남이요!”를 외쳤습니다. 이어서 귤과 비빔밥 사진을 띄우고 물었더니, “제주도요!”, “전주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로컬 브랜드란 결국 이런 것에서부터 형성되는 것 아닐까요? 오랜 시간 축적되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 아이들도, 저도 알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상품이나 서비스.
그렇다면 예산의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사과’, ‘예당호’, ‘예산시장’ 등 다양한 키워드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 명소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경험을 브랜드로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해녀의 부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섬의 특산물인 뿔소라에 해녀의 이야기를 담아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제주 해녀의 인생을 담은 공연을 관람한 뒤, 뿔소라를 활용한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을 경험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손님들은 ‘제주스러움’ 그 자체를 소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로컬 콘텐츠의 힘인 셈이죠. 그렇다면 예산에서는 어떤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는 ‘하평리’라는 작은 마을을 떠올렸습니다. 제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대표적인 문화소외지역이자 고령화 마을입니다. 부끄럽지만, 마을 이름이 왜 하평리인지 귀향한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 하(下)와 평평할 평(坪)자를 써서 ‘가야산 아래 평평한 마을’이라는 뜻이었죠. ‘하평리(下坪里)의 이야기를 마당극 형태로 브랜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야산 아래 평평한 마을, 하평리’는 창작극의 배경을 만들고, 예산의 대표적인 민담인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희곡을 집필했습니다. 마을의 역사와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 속에 녹여냈습니다. 지역 전통주와 충청도 음식을 연극적 소품으로 배치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로컬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기획했습니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연극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 마을을 입체적으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평리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브랜드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로컬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이나 장소가 아니라, 그 지역만의 고유한 경험과 이야기가 담겨야 합니다. ‘고향경험플랫폼’을 표방하는 ‘고로컬’은 예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로컬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산을 방문하는 이들이 단순한 관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예산만의 특색이 담긴 기념품, 공간, 투어, 연극과 같은 로컬 콘텐츠가 그 안에 담길 것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역의 소상공인과 주민, 창작자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그리는 로컬 브랜딩의 모습입니다.
우리 고장 예산의 이야기를 담은 로컬 브랜딩 사례를 지역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Go! Local!”을 외쳐 봅니다. 우리는 로컬의 가능성을 믿으니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