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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May 11. 2024

니체의 도서관 산책

아이처럼..

니체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를 예로 들어 인생을 설명했다.


첫 번째, 낙타는 무거운 것을 견디는 태도.

두 번째, 사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힘.

세 번째,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우연한 계기로 본 유튜브에서, 고명환 작가가 니체의 낙타, 사자, 어린아이 얘기를 예를 들며 독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생각보다 설명도 잘 못하고 약간 더듬는 모습에 실망했다. 결국 답답해서 니체를 스스로 찾아봤다.


낙타는 사막에서 삶의 중력을 견뎌야 한다. 아무 불평불만도 없다. 그냥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이다. 삶의 짐을 그냥 견뎌야 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가 겪어내야 할 첫 번째 단계이다.


사자는 본인이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한다.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다.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목소리도 우렁차게 낼 수 있다. 아닌 것 같은 상황을 부정할 수도 있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어린아이는 순수하다. 편견이 없다. 갈등도 없다. 그대로 받아들인다. 조화롭게 삶을 받아들인다. 고통을 금방 잊는다. 언제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 그냥 존재한다. 이것이 세 번째 단계이다.


난 도서관을 다니며, 세 번째 단계에 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책의 즐거움을 모를 땐, 그저 수험 서적, 전공서적만 읽었다. 도서관에서 내가 해결할 문제를 찾기 위해 늘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난 낙타였다. 그러다가 문득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 사회, 종교, 인문, 과학, 소설, 비소설, 다양한 책을 읽었다. 읽을 책은 온전히 내가 결정했다. 난 도서관에서 내 먹잇감이 될 책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사자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라는 어려운 책을 읽었다. 피터 패럴리 감독의 [그린북]이라는 영화를 봤다. 갈등도 편견도 모두 의미 없는 것이 아닐까 물음표가 생겼다. 힘든 책은 금방 잊고 재밌는 책을 찾는다. 이제는 책 한 권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린아이처럼 우연한 계기로 찾는 기쁨을 누릴 뿐이다.


그렇게 난 도서관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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