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대신 출사표를!
장모님이 집에 오셨다.
맏형인 아버님의 동생들을 모두 집에서 키워내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모시며 1년에 12번 제사를 지낸 분이다. 만만한 삶을 살아오신 분이 아니다. 이제는 모두 출가하고, 제사도 없애고 아버님과 둘이 오붓하게(?) 지내신다. 단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칠순이 가까운 연세에도 공장에서 고생하신다는 것이다.
공장은 아버님의 공장으로, 형님이 물려받은 소규모의 가족사업이다. 그렇다 보니 최저시급보다 못한 월급을 받고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15년 이상 공장일을 돕고 계셨다. 그런 장모님이 이제는 쉬고 싶다고 선언하셨다. 형님은 직원을 뽑을 때까지 주중에 이틀만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 오늘은 쉬는 날이 되어 아내와 모녀지간의 데이트를 하고 집에 잠깐 들르셨다.
“요즘은 정년퇴직이 언제쯤이니?” 지금 직책도 없는 최고참 선배들을 보면 58세 정도 되니 나도 그 정도 되거나, 혹은 60세는 채울 것 같다고 답했다. 속마음은 3년 안에 퇴사하고 싶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해드렸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다. 오병곤 작가님이 9년 전에 집필한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이라는 책이 내게 생각 정리의 시간을 주었다. 사표 대신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프롤로그가 와닿았다. 대퇴사의 시대다. MZ 세대는 퇴사를 가볍게 한다. 국내 대기업만 해도 1년에 100명, 많게는 300명 이상이 퇴사하고, 몇 년간 1000명씩 채용한다. 나가게 될 사람들까지 감안해서 1000명씩 채용하는 것 같다.
회사는 퇴사자들을 막지 않는다. 물론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대책 없이 나가서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대퇴사의 시대는 2030이 주도하지만, 대부분의 4050은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 4050의 초입부에 소속된 나는 구경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크게 7개의 줄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 갈 곳이 어디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사람을 남겨야 하나, 평생 직업, 마음가짐, 자기혁명 14단계. 7개의 줄기는 다시 짧은 가지들로 설명되었다. 시시포스의 바위로 시작해서, 많은 사례들과 예시들로 가지가 구성되었다.
이 책에도 글쓰기의 위대함이 언급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나의 성장 일지를 쓰고, 나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챗GPT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과 철학을 담아서 써보려고 한다. 나의 경험은 누구의 경험도 될 수 없다.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서 배출할 것이다.
에필로그에는 진정한 여행의 시작으로 마무리된다. 계속 갈망하라. Happy rebirth to you.
장모님과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독서와 글쓰기에 시간을 더 쏟을 수 있게 되었다. 내 안의 열망과 갈망이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