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좋아하는 인물이 없다. 역사에도 없고 미래에도 있을까 싶다. 그래도 좋아하는 인물을 뽑으라고 하면 현존하는 인물 중에는 일본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인인게 마음에는 안 들지만 국적의 편견을 제외하고 뽑았다. 대단히 존경하는 롤 모델까지는 아니다.
소설계에서의 업적을 보면 소설계의 거장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의 소설은 일본에서뿐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 소설만 쓴 게 아니고 에세이와 인터뷰도 많다. 가끔 번역도 한다. 그는 국어교사인 부모 덕분에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부러운 환경이다. 중일전쟁 당시 아버지의 군인으로써의 경험은 아들 하루키의 쓰라린 기억인 것 같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중국에도 한국에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하루키는 원래 소설가는 아니었다.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를 나오긴 했지만 재즈바를 운영하는 20대 자영업자였다. 데뷔는 느닷없이 진행되었다.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던 중에 그가 응원하는 팀의 타자가 2루타를 친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재즈바 운영과 집필을 동시에 했다. 1년 만에 완성된 그의 첫 소설이 신인 문학상을 받았고 이후로 승승 장구했다. 그렇게 일본 문학의 거장이 되었다.
소설을 집필하는 그의 재능과 집중력, 지속력을 배우고 싶다. 나에겐 재능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집중력과 지속력으로 그것을 메꾸고 싶다.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많은 작가들(하루키 포함)이 집중력과 지속력으로 그것을 충분하게 메꿀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의 문장력이 좋다. 소설을 쓸 때의 그는 공백 속을 달리는 마음으로 쓴다는 표현을 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 달린다고 말했다. 그 문장력도 좋지만 공백을 얻는다는 표현력도 재밌다. 닮고 싶은 문장력이다.
그의 성격이 좋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성격이 나와 꼭 맞다. 하루키는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그는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라는 진리라고 말했다. 1Q84라는 그의 메가 히트 장편소설에서는 일본 사회의 모순을 얘기한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개입하지는 않는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인터뷰 모음집에서도 일본 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리포터의 역할에 충실한다. 대답을 이끌어낸다. 딱 거기까지만 한다.
하루키가 소설가가 된 이유에 대해서 나중에 다시 말했다. 소설가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작한 게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프로야구를 보다가..)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의 생각과 실천력이 좋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롤 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