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소유 Apr 06. 2024

나에게 쓰는 편지

자살을 고민했던 20대의 나에게,

입시에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게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도 즐기고 여자친구도 마음껏 사귀고 그런 모습이 부러웠을 거야. 그 친구들이 마치 꿈을 이뤄낸 것처럼 보였을 거야. 너에게 20대 중반이 특히 힘들었을 테지. 홀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23살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너가 대학교 입시에 계속 실패하는 경험은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이해한다. 부모님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못난 아들로 생각되겠지. 잘 다니던 대학교도 자퇴해버린 20대 중반의 너에게 남은 건 고등학교 졸업장 하나뿐이었지. 공장의 노동자, 공사장의 막노동 별생각을 다 해봤겠지. 확신이 안 드는 공부가 힘들지. 100:1, 50:1, 적어도 30:1 이런 경쟁률을 뚫어내기란 쉽지 않아. 지금도 그때 공부한 노트와 메모장을 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 보인다. 치열하게 공부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니깐 더 열받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세상이 싫었을 거야. 그런데 결국 너는 잘 풀리게 되어있어. 내가 보장하지. 너는 어디든 가게 되어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야. 세상에는 흥미로운 일도 많아. 내 말 믿고 한 번만 더 도전해 보자. 죽는 건 뒤로 조금 미뤄도 상관없잖아?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던 30대 초반의 나에게,

좋은 회사 들어와서 이런 선배들을 만날 줄 몰랐지? 너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 극히 일부라서 놀라웠을 거야. 너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나 싶지? 너의 자존심을 좀 굽혀. 그 자존심 때문에 더 혼났을 거야. 그리고 그 선배들 오래 안가. 회사의 동료는 계속 바뀌게 되어있어. 선배도 후배도 바뀐다는 말이야. 반도체 업계가 특히 더 그래. 안 좋은 말은 한 귀로 듣고 흘려. 좋은 말만 귀담아. 당하는 지금이 힘들어서 어떤 조언도 안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말밖에는 해줄 수가 없네. 기다리면 좋아질 거야. 그리고 좋은 기회가 올 거야. 힘든 건 누구에게든 도와달라고 하고. 쿨한 척하지 말고 쿨하게 행동해.


우울증을 앓던 30대 중반의 나에게,

일을 너무 열심히 했어. 게다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너무 과하게 해서 그래. 너가 하던 일은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었지. 조금 안되면 바로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 했어야 해. 그게 바로 윗선배든, 파트장이든, 팀장이든. 면담을 했어야해. 너는 많은 일들을 오래 끌고 가는 경향이 있었어. 위에서 보기에도 답답했을 거야. 나중에 만나게 될 선생님에게 배울 내용인데 완벽 보다는 납기를 지켜야 해. 못 만든 장표더라도 납기 전에 제출하고, 납기를 못 맞출 것 같으면 미리 얘기해. 직장 생활의 팁이야.


지금의 나에게,

제주도에서 우연히 본 문구 기억나지?

그럼에도 넌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좋아하는 인물(롤 모델) 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