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고민했던 20대의 나에게,
입시에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게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도 즐기고 여자친구도 마음껏 사귀고 그런 모습이 부러웠을 거야. 그 친구들이 마치 꿈을 이뤄낸 것처럼 보였을 거야. 너에게 20대 중반이 특히 힘들었을 테지. 홀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23살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너가 대학교 입시에 계속 실패하는 경험은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이해한다. 부모님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못난 아들로 생각되겠지. 잘 다니던 대학교도 자퇴해버린 20대 중반의 너에게 남은 건 고등학교 졸업장 하나뿐이었지. 공장의 노동자, 공사장의 막노동 별생각을 다 해봤겠지. 확신이 안 드는 공부가 힘들지. 100:1, 50:1, 적어도 30:1 이런 경쟁률을 뚫어내기란 쉽지 않아. 지금도 그때 공부한 노트와 메모장을 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 보인다. 치열하게 공부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니깐 더 열받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세상이 싫었을 거야. 그런데 결국 너는 잘 풀리게 되어있어. 내가 보장하지. 너는 어디든 가게 되어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야. 세상에는 흥미로운 일도 많아. 내 말 믿고 한 번만 더 도전해 보자. 죽는 건 뒤로 조금 미뤄도 상관없잖아?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던 30대 초반의 나에게,
좋은 회사 들어와서 이런 선배들을 만날 줄 몰랐지? 너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 극히 일부라서 놀라웠을 거야. 너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나 싶지? 너의 자존심을 좀 굽혀. 그 자존심 때문에 더 혼났을 거야. 그리고 그 선배들 오래 안가. 회사의 동료는 계속 바뀌게 되어있어. 선배도 후배도 바뀐다는 말이야. 반도체 업계가 특히 더 그래. 안 좋은 말은 한 귀로 듣고 흘려. 좋은 말만 귀담아. 당하는 지금이 힘들어서 어떤 조언도 안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말밖에는 해줄 수가 없네. 기다리면 좋아질 거야. 그리고 좋은 기회가 올 거야. 힘든 건 누구에게든 도와달라고 하고. 쿨한 척하지 말고 쿨하게 행동해.
우울증을 앓던 30대 중반의 나에게,
일을 너무 열심히 했어. 게다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너무 과하게 해서 그래. 너가 하던 일은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었지. 조금 안되면 바로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 했어야 해. 그게 바로 윗선배든, 파트장이든, 팀장이든. 면담을 했어야해. 너는 많은 일들을 오래 끌고 가는 경향이 있었어. 위에서 보기에도 답답했을 거야. 나중에 만나게 될 선생님에게 배울 내용인데 완벽 보다는 납기를 지켜야 해. 못 만든 장표더라도 납기 전에 제출하고, 납기를 못 맞출 것 같으면 미리 얘기해. 직장 생활의 팁이야.
지금의 나에게,
제주도에서 우연히 본 문구 기억나지?
그럼에도 넌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