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
어른이라는 단어가 참 어색하게 느껴지는 요즘 시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가 높은 윗사람, 결혼을 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등 여러 정의가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 빨리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최근에 글모임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어른, 김장하'라는 영상을 보았다. 지방 MBC에서 시작해 전국 MBC로 방송되고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다큐멘터리다. 영화관에 개봉도 했던 모양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1944년 사천시에서 태어나 진주시의 어른으로 자리 잡으신 분이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19살에 한약방 시험을 보고 한약방을 차렸다. 마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웹소설의 제목 같다. 그러나 그의 삶은 그 어떤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일평생 나눔을 실천하셨다. 1991년, 100억 상당의 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기부하셨고, 김장하 장학금을 만들어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후원하셨다. 그가 후원한 분야는 교육, 사회, 문화, 예술, 역사, 여성, 인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후원은 조건 없이 이루어졌다.
어떤 이들은 그가 단지 돈이 많아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자신이 번 돈을 남김없이 나누어주는 사람이었다. 그의 업적은 영상에 담긴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한 시민이 말했듯,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실례일 정도로 대단한 분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진정한 어른이었다. 이런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의 버팀목이 된다.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부끄러운 어른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어른들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고민된다. 그런 면에서 김장하 선생님의 영상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남을 탓하지 말고 내 탓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 소설에서 이런 참 어른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장하 선생님은 명신고등학교 이사장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설립된 것이 이 학교이면, 본질적으로 이 학교는 제 개인의 것일 수 없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본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것이 본인의 입장인 것입니다. 그리고 본교가 공공의 것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공립화요, 그것이 국가 헌납이라는 절차를 밟아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김장하 선생님, 그는 이 시대의 참 어른이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이런 어른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고 건강해질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어른이자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