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의 마인드 마이닝
지난 몇 달 동안 송길영 작가의 신간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얼마 전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에서 그가 랜선 팬미팅을 진행하며 자신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진지한 말투와 깊이 있는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그의 책이 왜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실감했다. 이제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그 책을 손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송길영 작가는 본업이 작가가 아닌 마인드 마이너로 알려져 있다. 빅데이터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직업이라니,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참으로 흥미로운 직업이다. 그는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이자 고려대의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직업이 특이한 만큼 외모도 눈길을 끌었다. 어느 강연장에서 처음 본 그의 모습은 긴 장발을 질끈 묶은 남성으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랜선 팬미팅에서 누군가 그에게 장발을 유지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단순히 외모에서 차별화를 두고 싶어서 기르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저 그런 이유였을 뿐인데, 그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가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그를 따라 장발을 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의 스타일이 멋있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첫 책을 출간하기 위한 마음으로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장발을 유지하는 것이 단순한 외모 이상의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송길영 작가의 글은 항상 나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신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점에서 그의 책을 우연히 펼쳐보며 목차만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끌렸다. 특히 '대한민국과 K콘텐츠'에 관한 내용은 내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바와 일치했다. 5분 존경사회, 효도의 종말, 세대 갈등의 시작, 사라진 신입사원, 그리고 AI 동료 등, 그가 다루는 주제는 모두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들이었다.
그러나 구매를 망설이는 나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밀리의 서재와 회사 전자도서관에 없는 책이기에, 청주 지역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었다. 하지만 11권이 모두 대출 중이라니, 그의 인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일 빠른 대출 반납 예정일이 보름 뒤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전에 구매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0만 부 기념 에디션의 표지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직 책을 사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내가 결국 마케팅의 노예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러나 좋은 책은 결국 읽게 되어있고, 그 과정에서 마케팅에 이끌리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책이든 무엇이든, 그 안에서 나의 생각과 삶을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결국 나는 오늘도 서점의 책장 앞에 서서, 이 멋진 책을 손에 들고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결국엔 그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