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고도 잘 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소설이다..
조경란 작가의 ‘일러두기’.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해했다. 가독성도 좋지 않았고, 주인공과 반주인공의 매력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다른 주변 인물도 없다. 그저 뜬금없는 검은 복면만 기억에 남았다.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비현실적이라서 공감이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나랑 맞지 않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같은 회차 문학상 우수작으로 뽑힌 최미래 작가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은 제법 흥미롭게 읽힌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줄거리 :
주인공은 재서라는 이름의 노총각이다. 반주인공은 ‘미용’이라는 이름의 노처녀다. 미용은 검을 복면을 구매했다고 재서에게 자랑했다. 재서는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인쇄/복사집을 운영하고 있고, 미용은 우엉 전문 반찬가게를 하고 있다. 재서는 집에서 팔을 다쳤고, 미용이 잠시 복사집 업무를 돕고 있었다. 어떤 손님이 업무가 능숙하지 않은 미용에게 쥐새끼 같은 소리를 냈다. (갑자기 이해가..)
갑자기 아내 이야기가 나온다. (누구의 아내인지.. 아마도 재서의 전 아내?) 미용이 복사집을 이용하며 실수로 USB를 두고 간 것 같다. 재서는 몰래 USB의 문서를 읽어봤다. (그 내용은 뒤에 또 나온다.)
미용은 구강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았다. 치료 방법은 잘 씹고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용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갑자기 어떤 선생님을 찾아야겠다고 한다. 재서는 어떤 선생님을 찾는지 궁금해한다. (나도 궁금하다..)
미용의 어머니 이야기가 잠깐 나오지만 난해한 문장들이다.
수요일에 야산에서 여자 운동화가 발견되었다.
미용은 사람을 찾아준다는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심부름꾼을 만나려고 하는 것인지..) 재서는 그런 미용을 걱정한다.
재서의 아버지가 동네 점주들과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재서와 미용은 그곳에 따라간다. 재서는 궁금해서 미용에게 심부름꾼을 만났는지 묻는다. 미용은 졸업앨범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이어서 미용의 가족 이야기.. 미용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선생님을 찾았다고 재서에게 말한다. (갑자기..?)
갑자기 제주에서 실종된 고등학생 이야기가 나온다. 이어서 동물원, 니트 복면, 지난번에 재서의 복사집에 두고 간 USB이야기가 나온다. 그 USB에는 미용이 바라본 재서이야기가 기록되었다. ‘노래방에서 교가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큰 의미 없는 글이다.
어느 날 재서는 갑자기 가게 문을 닫은 미용이 걱정되었고,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 미용은 문을 열어주며 그냥 할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썼다고 하며 들려준다. 제목은 ‘교련 시간’이다. 군대 문화 같은 교련 수업시간에 여고생들이 혼쭐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원래 쓰고 싶었던 글은 이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미용이 찾고 싶었던 선생님은 여기 언급된 교련 선생님 같다..)
미용은 그 선생님을 찾아서 본인이 잘 살아있다고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 소설의 제목 ‘일러두기’가 언급된다. 특정 인물의 이름과 지명은 모두 지은이가 지어냈다는 말을 본문이 아니라 맨 앞의 ‘일러두기’에 써두면 된다는 재서의 말.
미용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일러두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재서는 본인을 다치게 했던 집의 오래된 장롱 이야기를 하고, 미용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복면을 꺼내 쓰고 접어 올려서 헬멧처럼 쓴다.
이상했던 문장들 :
첫 문장부터 이상했다. ‘모른다고도 잘 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재서에게 생겼다.’ 다시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아니라는 의미는 그냥 얼굴만 안다는 의미 같은데 왜 이렇게 어려운 표현으로 첫 문장부터 독자를 힘들게 한 것인지 나야말로 모르겠다.
검은 복면을 구매해서 자랑한 미용의 의도를 모르겠고, 쥐새끼 같은 소리는 낸 손님의 의도 역시 모르겠다. 그냥 의미 없는 아무 말 같다. 그 의미를 알고 싶어 하는 내 머리가 깨질 것 같다.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았다고 하는 미용의 말에는 논리가 없다. 그래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니..
갑자기 언급된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를 찾아봤다. 뜻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 출처 두산백과
중반부에 재서는 화가 나려고 했다는 문장이 있는데 나는 진즉에 이 소설을 읽으며 화가 났다.
후반부, 교련 선생님에 대한 글은 상투적이며, 다소 구시대적이다.
좋았던 문장 :
소설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백과 심리묘사가 지나친 면도 있지만 두번, 세번 읽어보니 감정선이 전달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특히 마지막 단락, 본 소설의 제목인 일러두기의 의미가 나오는 부분. 특정 인물의 이름과 지명은 모두 지은이가 지어냈다는 말을 본문이 아니라 맨 앞의 ‘일러두기’에 써두면 된다는 재서의 말.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일러두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미용의 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