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소유 Aug 17. 2024

익숙한 곳과 결별을 선언한다.

스스로 변화를 줘야 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오후의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전체 공지가 올라왔다. 사내공모에 대한 공지다. 영어로는 잡포스팅(Job Post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회사 내부적으로 공개 모집을 한다는 의미다. 특정 팀의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졌거나,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다른 본부, 다른 팀을 그 대상으로 하여 사람을 모집하는 것이다. 물론 사외에서 경력직을 뽑는 것과 유사하게 자기소개서 같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서류가 통과하는 경우 해당 직무의 직책자들과 면접도 봐야 한다. 공식적으로 팀의 인력을 빼가는 경우이기에, 뺏기는 팀에서는 물론 좋지 않은 일이다. 당연하겠지만 사내공모 지원 과정은 본인이 나서서 떠벌리지 않는 이상 팀에서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된다. 공지를 읽어보니 총 다섯 팀의 사내공모가 올라왔다. 안전팀, 환경팀, 총무팀, 제품팀, 테스트팀 이렇게 전혀 다른 본부의 다섯 팀이다. 모두 생소한 팀이다. 한 팀씩 팀의 역할을 상상하며 조직도를 검색해 보았다. 안전팀은 늘 안전화를 신고 안전조끼를 입고 다니는 아저씨들이 연상된다. 공사업체에 안전교육을 해줘야 하고 안전에 관련한 각종 안내를 해줘야 할 것이다. 산업안전기사, 소방설비기사 등의 자격증 또한 갖춰야 할 느낌이다. 조직도의 팀원들을 보니 전부 나이 많이 먹은 아재들이다. 뭔가 여러 팀에서 퇴물 취급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안전에 대해서 잘 배워두면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요긴할 것 같다. 환경팀은 유해 물질과 폐기물을 관리하는 팀으로 알고 있다. 조직도를 보니 안전팀과 같은 본부다. 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일도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래도 환경팀 역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총무 팀은 인사팀이다. 사무, 복지, 인사, 자산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관리한다. 역시 배울 점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안전팀, 환경팀, 총무 팀 세 팀 모두 배터리 회사에 다닌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배터리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 팀들이다. 결론적으로는 기타 여러 가지 업무 경험을 하는 것에는 도움 되지만 배터리 업력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네 번째 팀인 제품팀은 정체 모를 팀이다. 팀 이름이 그냥 제품팀이다. 회사에서 제조하는 배터리 제품을 상표등록 하는 팀인지, 혹은 철학관 작명소와 같이 제품의 이름을 짓는 팀인지, 조직도를 봐도 영 감이 안 온다. 짧게 작성된 직무설명을 봐도 이해 안 가는 영어로 작성되어 있다. Data sheet에 따라서 제품 구동에 문제가 없도록 대응하는 팀이라고 소개된 팀이다. 그렇다기에는 제법 규모 있는 팀이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팀. 팀 이름에서 테스트라고 말하듯 만들어진 제품을 테스트하는 곳으로 보인다. 남들이 다 만든 제품을 테스트만 하기에는 조직의 규모는 역시 커 보인다. 완성된 제품을 기판 같은 그곳에 꽂고 시작 버튼만 누르면 될 텐데 조직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의문스러운 팀이다. 왠지 모르게 일은 제일 쉬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문득 이 답답함을 해소하려면 이번 사내공모는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는 회의 시간에 눈치 보고 오후에는 전산 처리와 조작을 하는 생활이 지겨웠다. 생활의 변화를 주고 싶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고철수 씨 맞죠?”

“네, 맞는데요?”

“네 총무팀의 인사 담당 손은정 대리인데요. 그 이번에 사내공모를 지원하셨죠?”

인사팀 실무자의 전화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잠시 전화 대기를 부탁하고, 사무실을 나가 복도의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느낌이 사내공모에 대한 전화 같다. 아쉽게도 그는 내게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않았다.

“아쉽겠지만 다섯 군데 서류에서는 모두 불합격하셨어요. 근데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사내공모를 지원하신 분을 처음 봐서요. 사실은 사내공모 진행 중에 추가로 다른 팀에도 결원이 발생해서 결원을 채우고자 연락이 왔어요. 거기에라도 생각이 있으신가요?”

안 좋은 예감은 있었지만 다른 기회가 보인다. 죄조본부를 나가서 어디든 갈 수만 있다면 나가고 싶었다. 난 그에게 흔쾌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의향을 내비쳤다.

“결원이 생긴 팀은 테스트 팀인데요. 그 지원하셨던 테스트 팀은 부천공장의 테스트 팀이었고요. 이번에 결원이 발생한 팀은 금성 공장의 테스트 팀이에요. 근무지 이동이 짧아서 더 좋으실 수 있겠네요.”

좋다고 대답했다. 그는 내게 다음 주 중에 테스트 그룹 사무실로 이동해서 그곳의 그룹장, 팀장, 파트장을 만나서 면접을 봐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내게 이렇게 여러 팀을 지원했다는 상황은 그만큼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고 보여서 꼭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도 해주었다. 테스트 그룹은 또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주변의 누구도 그곳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내 시야는 생산부에 한정되어 있었고 인맥도 생산부 사람들로만 가득했다. 테스트 그룹에는 입사 동기가 한 명이 있는데 크게 친분이 없는 동기다. 가끔 업무적으로 접하게 되는 자동화 팀, 분석팀, 영업팀, 구매팀, 총무팀 그 밖에 여러 팀. 나머지 팀은 모두 생산부를 위해서 존재하는 줄 알았다. 중심이 생산부이고 나머지는 모두 변두리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어찌 되었든 제조회사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조직도를 살펴보니 본부급은 아니어도 그룹 정도로 엮이는 수많은 팀이 있었다. 개발팀, 소자팀, 설계팀 등은 소규모 그룹으로 구성되었지만, 뭔가 중요한 일을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뒤에는 또 하나의 사업 부문이 있었다. 그중 테스트 그룹이 지금 면접을 보러 가는 그곳이다.


건물이 매우 낡았다. 지금까지 있던 K1 건물과 비교해서 20년은 더 노후화된 것 같다. 벽에 금도 있고 깨진 유리창도 보인다. 배터리 공장이 아니고 방치된 오래된 창고라고 해도 믿을 모습이다. 건물의 이름은 T1 건물이라고 부른다. 숫자 ‘1’이 붙은 건물명은 이 건물의 연식이 정말 오래되었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철수 형 왔어요?”

건물 문 앞에서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가 내게 인사를 했다.

“정훈아 정말 오랜만에 보네. 신입사원 돌잔치 때 보고 동기 모임 때 봤었나?”

“돌잔치는 갔었는데, 동기 모임은 일 있어서 못 갔어요.”

곽정훈 사원이다. 큰 몸집과 큰 얼굴, 게다가 목소리도 크다. 부리부리한 눈에 돼지털 같은 그의 머리카락. 듬성듬성한 수염은 한 마리 야수를 연상시킨다.

형 여기가 뭐 어떤 곳이라고 설명하긴 애매하지만, 아무튼 환영해요. 여기 팀장, 파트장님 소개해 드릴게요. 잘 만나서 면접도 잘 보시고 좋은 결과물 획득하시길 바래요.”

그는 테스트 그룹에 있는 유일한 입사 동기다. 들어가는 길 로비의 유리문이 뻑뻑해서 정훈이가 힘껏 당겨 열었다.

“으차”

[드드드드]

모든 문이 자동문으로 되어있는 K1 공장의 현대식 건물과 너무 다른 모습이 어색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복도를 지나서 코너를 돌자마자 1층에 있는 사무실은 정말 아담했다. 게다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정체 모를 오래된 나무들은 1층 사무실을 매우 어둡고 습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바빠 보이긴 하지만 매우 조용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못 보던 사람이 옆을 지나가든 말든 모두 집중하며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놀랄만한 점으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고 일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정훈이는 내게 어떤 비좁은 회의실을 안내해 주고 건투를 빌며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은 정말 비좁았다. 취조실같이 좁고 어두웠다. 사람이 최대로 많이 들어와 봐야 6명 앉을까 싶었다. 곧 처음 보는 팀장, 파트장이 들어왔다. 난 인사를 하기 위해 바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앉아요. 앉아. 앉아서 얘기합시다.”

내게 앉으라고 한 사람이 팀장으로 보인다.

“저는 여기 금성 공장 테스트 1팀을 맡은 태준영 팀장이라고 해요.”

그는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바지에 손을 닦은 다음 악수를 청했다. 태 씨가 있다고 들은 경험은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 만난다. 성이 인상적이다. 외모는 50대 초반의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다. 희끗희끗한 직모 머리와 얼굴의 주름은 다소 무딘 모습을 보여주지만, 작은 눈과 얇은 입술은 예리해 보인다. 그래도 고깃집 사장님 같은 풍모는 만나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생산부의 고철수입니다.”

왜인지 모르게 내가 여기보다 조금 더 규모 있는 곳에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조립지옥 공정 파트와 같은 소그룹보다는 생산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었다.

“네 거기 모 부장님 내가 아는 분인데 모르시죠? 아무튼 반가워요.”

그는 내 소개에 대해 개의치 않아 하며 본인이 아는 누군가를 얘기했지만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자세히 듣지 못했다.

“에…. 저기 저는 여기 테스트 1팀의 파트장을 맡은 변진섭 파트장이라고 해요. 우리 테스트 1팀은 두 개의 파트가 있어요. 반가워요.”

변진섭 파트장은 키가 매우 작았다. 160 정도로 보인다. 나이는 40대 중반. 초점을 잃은 처진 눈과 회색빛 입술은 업무에 지친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담배를 너무 오랫동안 피워서 입술이 저렇게 변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입고 있는 낚시꾼 조끼는 거의 마르고 배 나온 몸매와 한 몸이 되어 그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그들 말로는 그룹장은 시간이 없어서 팀장과 파트장 둘만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 면접을 보는 상황은 그들에게도 어색해 보였다. 그 둘은 질문을 서로 미루다가 주저하더니 대학교 전공이 뭐였는지와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코딩을 해봤는지를 내게 물었다. 사실 코딩 경험은 대학생 시절에 ‘C 언어’ 성적을 ‘C’ 받은 게 전부다. 그래도 어필을 하고자 했다. 일단 내뱉고 보는 거다.

“네 학부 시절에 전자 전공을 하면서 C 언어를 배웠었고요. 더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 학원에서 MS-DOS 운영체제에서 활용하는 LOTUS라는 것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프로그래밍 언어는 언제든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C 언어’ 성적을 ‘C’ 받은 것 말고는 어린 시절까지 끌고 와서 최대한 어필했다.

“그래요. 의지가 상당히 엿보이네요. 그리고 전공정 경험이 아마도 도움이 될 것도 같고요. 내가 총무팀 인사과에 얘기해 둘게요. 다음 주부터 여기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태준영 팀장이 쿨하게 얘기하며 다시 손을 바지에 닦고 악수를 청했다. 참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말투와 성격이다. 바지에 손을 닦고 악수를 두 차례 한 것은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면 어디 가서 부장급과 악수를 해본 경험이 없다. 살면서 딱히 그럴 일도 없긴 했다. 면접은 5분 만에 종료되었다. 좁은 회의실 밖을 나와서 둘러본 테스트 그룹 사무실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기판에 완제품을 꽂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제품 테스트가 될 텐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지 그게 의아했다. 복도의 구석에 자리 잡은 곽정훈 사원 역시 이어폰을 꽂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같은 금성전자 배터리 사업부 안에서도 본부별, 그룹별 문화가 전혀 다르다. 회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서로 다른 회사와 다름없는 본부별, 그룹별 각자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 나 고철수는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출근을 한다.


생산부와의 이별은 즐거웠다. 즐겁다는 표현보다는 행복하다는 말이 더 좋겠다. 퇴사도 아닌데 본인이 스스로 팀을 찾아서 나간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행동은 행복을 찾아서 나가는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도와주지도 않았다. 오롯이 혼자 찾아보고 혼자 결정해서 나가는 행위다. 비록 사내공모라는 회사의 시스템을 활용했지만, 대부분 직원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본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음날 출근해서 바로 권준현 대리에게 먼저 조용히 말했다.

“어? 그래? 이야, 그래그래. 축하해. 가서 적응 잘하고 언제든 여기 올 일 있으면 연락해. 차 한잔 하게.”

권준현 대리는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건투를 빌어주었다. 그는 K2 신규 공장 시절부터 해서 K1 공장과 통합한 지금까지 내게 등불 같은 존재였다. 그와의 이별은 우리가 서로 더 좋은 팀에서 또는 다른 인연으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내게 남겨주었다. 그다음으로는 파트장, 팀장 순서대로 면담을 진행했다. 그들에게도 팀원이 사내공모를 이용해서 다른 팀으로 가는 경우는 처음 보았기에 뭐라고 길게 말할 것도 없이 가서 잘 지내라는 인사만 해줄 뿐이었다. 인사팀에서 진행하는 제도라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다. 운이 좋게도 파트장, 팀장 모두 나를 붙잡지도 않았다. 붙잡지 않은 것이 조금 야속하게 생각도 되었지만 그런 생각은 잠깐이었다. 파트장이나 팀장이 사내공모고 뭐고 누구도 내보낼 수 없다며 붙잡으면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좋은 기회로 팀을 이동하게 되었는데 붙잡혀서 세 달간 시달린 선배도 봤다. 악연이든, 우연이든, 필연이든 생산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각나는 혹은 인연이 되었던 선후배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많은 후배는 떠나게 된 나에 대해 티를 내며 무척 부러워했고 선배들은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크게 티를 안 냈다. 업무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고 며칠간 사람들과 만나고 차를 한잔 하며 모든 인사를 마치자 팀의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아침 일곱 시 반 지금은 나 홀로 T1 공장 사무실이다. 어색한 사무실로의 첫 출근을 앞두고 밤새 제대로 잠이 들지 못했고 새벽에 눈이 떠진 김에 출근했다. 생산부라면 이렇게 이른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사무실로 나와서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을 테지만, 이곳 테스트 그룹 사무실은 아직 아무도 없다. 게다가 어두운 불빛이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더 어둡게 만든다. 무심코 주변의 책상을 둘러봤다. 파트장 역할을 하는 변진섭 차장의 책상 위는 상당히 지저분하다. 연필, 종이, 담뱃갑, 개봉된 음료수 캔 여러 개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언제나 낚시꾼 조끼를 입고 다니는 그는 실제로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 같다. 책상 한쪽에 잡지 ‘월간 낚시’가 놓여있다. 그에 비해 나의 새로운 사수라고 미리 전달받은 문구열 과장의 책상은 상당히 깨끗하다. 뭐가 전혀 없다. 아마도 책상 위 먼지 한 톨도 용납 못 하는 그의 깐깐한 성격이 보인다. 앞자리인 박상군 과장의 책상은 가족사진이 많다. 사진 속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보인다. 가족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현진영 대리라는 사람은 변진섭 차장과 함께 상당한 골초로 보인다. 책상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 책상 위의 여러 군데 담뱃재도 있는 것 같다. 책상 한쪽 편에는 업무 매뉴얼이 상당히 많다. 일반 서적은 없고 온통 업무 매뉴얼로 한쪽 편이 가득 차 있다. 후배 사원으로 알고 있는 김팔봉 사원 책상에는 깔끔함 속에 규칙이 있다. 그만의 규칙으로 정돈이 되어있지만, 모니터나 책상의 벽에 메모가 가득한 포스트잇이 상당히 많이 붙어있다. 상당히 많은 포스트잇 또한 대충 붙어있는 게 아니고 오와 열에 맞게 붙어있다. 또 한 명의 후배 사원인 강정혜 사원의 책상은 피규어로 가득하다. 왠지 그녀와 닮았을 것 같은 판타지 세계의 엘프 피규어들이 앉아있거나 서 있다.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판타지 세계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동료의 책상을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모처럼 만의 여유가 생겨서 책상 구경을 하게 되었다. 빈자리를 보며 새로운 팀원, 파트원들을 상상한다. 그리고 난 또다시 익숙해져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이전 10화 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