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더 책임감을 느끼자.
지난 주일 저녁 미사에서 들었던 신부님의 강론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지혜와 슬기, 그리고 예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소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이 단어들이 신부님의 설명을 통해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가왔다.
강론의 첫 부분에서 신부님은 지도자, 특히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어떤 덕목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투명성과 슬기, 그리고 내적인 힘이 그 대답이었다. 이 덕목들은 단지 말로만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갖추어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다. 신부님은 한자 '지혜(智慧)'의 의미를 풀어가며,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진정한 지혜라고 강조하셨다. 그 지혜는 단순히 세상사에 밝은 것을 넘어서, 하느님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하셨다.
이 과정에서 신부님은 '중용(中庸)'의 개념을 언급하시며 지혜와 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중용은 중국의 고전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적절한 중간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부님은 중용이야말로 참된 지혜의 표현이라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중용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며,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중용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는 투명성과 슬기를 겸비한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신부님은 한자의 뜻풀이를 통해 지혜와 예지의 차이를 설명하셨다. '지혜'는 하느님을 찾는 능력이며, '예지'는 어둠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라고 하셨다. 이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두운 골짜기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셨다.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의 존재를 찾아내고, 악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슬기라는 것이다. 중용의 가르침과 연결 지어 본다면, 지혜와 슬기는 결국 극단을 피하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혜와 슬기의 중요성을 가정 교육과 연결 지어 설명하신 대목이었다. 신부님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단순한 지식이 아닌, 하느님을 찾고 악을 피하는 능력, 즉 지혜와 슬기여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가정에서부터 이런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부모로서 나에게 큰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는 흔히 학교 교육에만 의존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지혜를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용의 가르침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 중용은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부족하지 않게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도한 통제나 방임 대신, 적절한 교육과 사랑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중용을 실천하며 자라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신부님의 말씀과 중용의 가르침은 나에게 이러한 균형 잡힌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느님을 찾는 능력과 악을 피할 수 있는 슬기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용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미사를 통해 나는 지혜가 단순히 많은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고, 세상의 악을 피하는 능력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지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중용의 가르침을 통해 균형 잡힌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앞으로 내 삶에서도, 그리고 내 아이들의 삶에서도 이 지혜를 키워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