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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Sep 10. 2024

정영수 작가, 김기태 작가, 그리고 프레드릭 배크만!!

농담의 온도.

2024년 서울국제작가축제의 둘째 날, 나는 ‘농담의 온도’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 청중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 대담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김기태 작가와 정영수 작가, 그리고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베라는 남자>의 원작자 프레드릭 배크만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자는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에서 유머를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그것이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대담을 이끌어 나갔다. 평소 내가 문학 작품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유머’라는 주제에 대해 세 작가가 각자의 시각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소설가들과의 대담을 들으며 난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고, 각기 다른 문학적 세계를 구축했지만, 모두 유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프레드릭 베크만, 김기태, 정영수. 이 세 작가가 한 자리에 모여 나눈 대화는 우리에게 작가의 삶과 창작 과정,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배크만은 유머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했다. 그는 유머를 자기 방어 기제이자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종종 웃음을 가볍게 여기지만, 사실 웃음은 그 자체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다. 때로는 무거운 상황에서도 한 마디의 농담이 우리를 지탱해 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유머의 힘이다. 베크만은 웃음이 인간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 역시 내 삶에서의 웃음을 떠올렸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농담을 나누며 그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는가?


김기태 작가는 유머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워낙 웃기게 돌아가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속에는 일상의 아이러니와 인간 삶의 복잡함이 녹아있다. 사실,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계획된 유머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방패일지도 모른다. 김기태의 소설 속에서 우리는 그 웃음의 방패를 발견할 수 있다.


정영수작가는 농담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농담이 관계를 맺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우리의 경험과 맞닿아 있었다. 친구와의 대화에서, 가족과의 사소한 다툼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농담을 통해 마음을 열고, 오해를 풀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농담은 단순한 웃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담을 들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AI와 창작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제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배크만은 AI가 번역과 출판의 기회를 넓혀줄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AI가 인간의 감정을 포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기태는 AI가 소설가를 위협하기 전에 자신이 창작력에서 무너질 수 있다고 농담하며, AI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영수는 AI가 감정과 당사자성이 중요한 문학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들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문학이란 결국 무엇일까?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문학이라면, 그 감정을 가장 잘 포착하는 것은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그가 인간의 고통과 기쁨, 좌절과 희망을 그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답을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여전히 인간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깊이가 문학의 본질이라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존경하는 소설가들의 능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각자의 열망과 꿈을 엿볼 수 있었다. 정영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능력을 동경했고, 김기태는 헤르만 멜빌의 상상력에 매료되었으며, 베크만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간결한 문장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묻게 된다. 우리는 과연 누구의 능력을 훔치고 싶어 할까? 아니, 우리는 스스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싶어 할까?


이 대담은 단순히 작가들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인간의 삶과 문학, 그리고 그 안에서의 유머와 감정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었다. 일상 속에서 웃음을 잊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대담이 마무리되며, 나는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질문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나는 "작가님들께서 소설을 통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어, 의도한 소설이 때로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오해될 때 어떻게 대응하시는지"에 대해 물었다.


먼저 정영수 작가는 모든 소설가들이 겪는 문제라고 답했다. 더불어 경험으로부터 바탕이 되지 않는 소설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수 작가 역시 지인들의 성격을 많이 가져오기도 하고 본인으로부터 많이 가져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원래 소설은 그렇게 쓰이는 것이 아닐까 믿는다고 했다.


김기태 작가는 그의 단편소설에서 러블리즈라는 실제 존재하는 그룹의 이름과 멤버의 이름을 넣었다가 결국 멤버의 이름은 나중에 퇴고 과정에서 뺐다고 했다. 그만큼 실명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하며, 개인적인 가이드를 만들어 이름을 빼거나 바꾸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 질문에 대해 국제적인 독자층을 가진 작가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각 나라의 독자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문학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문학이 다르게 해석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농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웃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크만은 이런 문화적 차이를 경험할 때마다 유머가 정말로 인간 본질에 다가가는 언어임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설이 오해되거나 다르게 해석될 때 오히려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되며, 그런 순간들은 작가로서 자신을 더욱 성장하게 한다고 말했다. ‘Keep Writing’이라며, 나와 눈빛을 마주치고 계속 쓰라며, 내게 특별히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내 질문에 대한 세 작가의 대답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고,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가 느껴졌다. 김기태 작가의 퇴고 과정, 정영수 작가의 고민, 그리고 프레드릭 베크만 작가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문학을 대하는 그들의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나는 문학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작가와 독자 간의 교감을 형성하고 때로는 그 차이로 인해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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