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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Oct 07. 2024

송길영 작가

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작가의 북토크에서 다뤄진 주제는 ‘호명 사회’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양상과 그 속에서 인간의 역할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강연에서 그는 현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그에 따라 나타나는 인간의 삶의 양상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이 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며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가져올 기회와 도전 역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언급한 ‘네이밍 룰’과 ‘호명 사회’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사회 변화의 본질은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주장은 단어가 가지는 힘과 그것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기존에 없던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단순히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확립하는 과정과 같다. 특히 ‘호명 사회’란 이제 더 이상 조직의 이름 뒤에 숨어 있지 않고,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며 스스로의 업적을 평가받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는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를 넘어, 각자가 본인의 성과와 기여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미래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송 작가는 사회에서 사람을 모으는 장치로서 ‘호명’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람은 사회 속에서 그 역할과 이름으로 불리며 존재감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호명은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조직의 이름이나 직위를 빼도 자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결국 조직의 일부로서의 자신이 아닌,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아야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친구’와 관련된 언급에서도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선비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 친구로 지내며 평등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나이와 사회적 지위로 인해 관계가 형성되고 파괴되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오늘날 은퇴한 이들이 사회적 스테이터스가 맞는 친구를 찾지 못해 고립되는 경우를 떠올리면, 작가가 제안한 대안적 관계 맺기의 방식이 주는 교훈은 더욱 크다. 나이나 직위가 아닌, 사람 자체의 가치에 주목하는 관계 형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승진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기존의 수직적 사회 구조가 더 이상 미래 사회의 방향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는 승진을 통해 위계가 형성되는 구조가 평등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직장 내에서의 계급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모든 형태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작가는 새로운 형태의 엔진으로 ‘테크놀로지’를 제시하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사회 구조 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조별 과제의 비극’은 현대 사회에서의 협력과 개별 책임의 문제를 잘 나타내는 비유였다. 조직이 커질수록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대규모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작가는 작은 규모의 조직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조직이 작아질수록 각자의 책임이 커지고, 노는 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은 작은 조직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인간의 기계화’와 ‘증강된 개인’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송 작가는 미래 사회에서 조직의 틀이 사라지고, 개인이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증강된 개인은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조직이 되고, 더 나아가 본인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조직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될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송 작가는 ‘우리 사회의 인재들’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과도한 정보와 불필요한 경쟁이 우리 사회의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사회적 레이스에서 벗어나, 각자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 사회는 각자의 영역에서 기여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증명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송길영 작가의 북토크는 그저 책의 내용만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깊은 통찰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름이 불리는 사회, 즉 호명 사회가 온다는 그의 말은 개인의 가치와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직시하고, 각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회적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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