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스티븐 핑커의 책 글쓰기의 감각을 중심으로 진행된 북토크는 글쓰기와 번역,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글쓰기가 갖는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담고 있었다. 소설가 장강명과 번역가 김명남이 참여한 이 대화는 박혜진 평론가의 진행 아래 다양한 주제로 확장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과학적 연구로서의 글쓰기, 번역가의 역할, PC(정치적 올바름)의 윤리적 영향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글쓰기가 과학적으로 연구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은 특히 흥미로웠다. 스티븐 핑커의 책이 과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 책인 만큼, 글쓰기를 단순한 예술적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해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와 함께 번역가의 역할이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을 넘어,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풍부함을 더해간다는 김명남 번역가의 의견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번역투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번역가가 한국어를 다듬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글쓰기에서 정직함과 견실함의 중요성에 대한 대화도 깊이 다뤄졌다. 장강명 작가는 좋은 글의 기준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정확성을 기반으로 한 글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PC의 윤리적 영향에 대해선 부정적인 면도 언급되었다. 장강명은 PC가 글쓰기에 있어 지나친 자기 검열을 불러오고, 모든 사람의 시각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SNS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논란을 만들고, 그것이 곧 영향력으로 연결되는 기현상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글을 쓸 때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기면서, 진솔하고 도전적인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함께 언급되었다. 이는 특히 소설에서 여성 캐릭터의 외모 묘사처럼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더 두드러진다.
번역과 글쓰기의 차이에 대해서는, 번역이 기존 텍스트를 옮기는 작업이라면 글쓰기는 창작자의 자아와 철학을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번역가는 원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단순한 언어적 변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결론적으로, 이 북토크는 글쓰기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번역가의 역할,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글쓰기의 윤리적, 문화적 맥락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