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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Oct 26. 2024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사랑에 물들다..

주인공은 아델이라는 고등학생이다. 아델은 언제나 스스로 가짜 같다는 생각을 갖고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려 있는 듯한 기분을 갖고 살고 있다. 남자를 만나도, 여자를 만나도, 친구를 만나도, 가족과 있어도 외롭다. 그러던 중 길에서 우연하게 만났던 파란 머리의 그녀가 생각난다. 길거리 데모현장에서 원 없이 웃고 소리도 질러본다. ‘우리에게 포기란 없다’, 클럽에서 들은 이야기. ‘사랑에는 성별이 없다.’ 아델은 두리번거리며 방황할 뿐이다. 그러다가 결국 파란 머리의 그녀를 다시 마주한다.


그녀의 이름은 엠마. 그녀와 이야기를 하며 그녀에게 더욱 빠져든다. 철학 이야기, 그림 이야기, 미술관에서의 데이트, 공원에서의 데이트. 친구들이 레즈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아델과 엠마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육체적인 사랑까지 나누게 된다.


이들은 서로의 가족에게 초대받아서 식사를 하는데 뭔가 맞지가 않다. 구체적으로는 삶의 가치관이 전혀 맞지가 않았다. 물론 아델과 엠마도 사실 그렇게 맞는 편이 아니라는 것이 영화에 비친다. 그럼에도 이 둘은 계속 사랑을 나눈다.


아델을 모델로 엠마가 그린 그림이 주목을 받는다. 그 파티오미에서 엠마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린다. 다들 교양 있어 보여서 아델은 위축되는 기분을 느낀다. 그러면서 자꾸 그 분위기에 잘 어울려 즐기는 엠마가 신경 쓰인다.


시간이 흘러 아델은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아델은 그 생활에 만족하지만 엠마는 아델이 진짜 좋아하는 뭔가를 했으면 싶어 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 그러나 아델은 그저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엠마는 왜인지 모르게 아델과 어긋나는 기분을 받게 되고 아델은 방황하다가 어떤 파티에 참석해서 시간을 즐긴다. 결국 이 둘은 서로를 오해하다가 불신하고 싸운다. 사실 일방적으로 엠마가 아델에게 크게 화를 낸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슬픈 장면) 그렇게 이별 후 아델은 힘들고 허탈한 시간을 보낸다.


다시 긴 시간이 흘러 아델은 엠마와 다시 어떤 카페에서 만난다. 이들은 서로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표출하지만 엠마가 결국 거부.


다시 시간이 지나 아델은 한껏 꾸미고 엠마의 전시회에 갔지만 소외감을 느끼며 조용히 빠져나온다. 그리고 엔딩.




그동안 본 영화 중에 야한 영화 순위로는 아마도 상위권으로 들어갈 것 같다. 순간의 장면은 충분히 야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장면들은 서사에 잘 녹아들어 간다. 내용은 성별을 떠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이 주된 내용이다. 따라서 러닝타임 세 시간 내내 몰입해서 영화를 감상했더니 마음이 채워지다가 비워지다가 반복되었다. 사랑은 결국 다른 사랑으로 채우기 마련이지만, 누구에게는 그것이 그저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고, 혹은 아쉬운 미련으로 남겨지기 마련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보자마자 작년에 개봉해서 제법 흥미롭게 감상했던 배우 김다미 주연의 ‘소울메이트’가 떠올랐는데, 본 영화는 그것의 굉장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생각된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으로 한줄평을 하자면, 사랑은 어쩌면 영원히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연출, 촬영 기법, 설정 측면에서도 너무나 훌륭하다. 클로즈업과 편집으로 인물의 모든 상황에 공감하도록 자극한다. 능동적인 설정의 엠마, 수동적인 설정의 아델. 엠마의 파란색 머리가 마음이 어긋나면서 점점 금빛으로 변하는 연출, 마지막에 아델이 푸른빛의 드레스를 입고 전시회를 갔던 모습 또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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