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가족관계
정영수 작가 최고의 단편 소설.
1. 분량과 단락장
A4용지 13장에 2만자 분량의 단편소설이다. 현재에서 과거로 플래시백 되는 부분이 많아서 짧은 분량에 비해 여러 단락장으로 구성되었다.
단락장 1 : 프롤로그로 이해된다.
단락장 2 : 형에게 온 전화. 어머니에 대한 안 좋은 예감이 적중하는 분위기다.
단락장 3 : 형에게 들은 어머니 이야기가 더욱 섬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갈 준비를 한다.
단락장 4 : 병원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자살을 위해 약을 먹고 의식을 잃어 병원에 오게 된 것. 유서의 내용은 너무나 간단하고 명료했다. ‘나는 나의 지난 삶에 죄를 지었다.’
단락장 5 : 이번엔 진짜야. 라고 말하는 주인공 형의 말이 반복된다. 과거에 있었던 어머니의 자살 시도에 대해 떠올린다.
단락장 6 : 주인공은 어머니의 집으로 귀가했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마지막 흔적들을 보며 다시 과거를 회상한다.
단락장 7 : 주인공과 어머니가 나눈 대화들, 은근히 어머니에게 공감하지 못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단락장 8 : 주인공은 어머니가 자살시도를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단락장 9 : 어머니와 아버지의 좋지 않았던 관계.
단락장 10 : 형에게 온 연락. 의식을 찾은 어머니. 주인공은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가는 길 상념에 빠진다.
단락장 11: 병실에 도착한 주인공은 어머니의 모습에 충격에 빠진다. 끔찍한 기도 삽관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묘사된 단락이다.
단락장 12 : 다시 주인공의 회상.
단락장 13 : 다행히 어머니는 조금씩 회복하다가 퇴원을 했고 집에서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단락장 14 : 그래도 어머니는 완전한 정상이 아니었다.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단락장 15: 어머니는 구체적으로 표현을 하려고 할 때는 펜으로 글을 썼다.
단락장 16 : 어머니는 어느새 개인적인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었고, 주인공을 몰래 어머니의 글을 확인했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가 상상했던 어머니가 원래 꿈꾸었던 미래의 이야기들이다.
단락장 17 : 주인공의 생각.
단락장 18 : 점점 회복하여 거동이 가능해진 어머니와 주인공의 산책이 나온다. 어머니의 미래는 결국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의 마지막 문장이 마음 아프다.
2. 읽은 느낌과 그 이유
평소 즐겨 듣던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이미 접했던 단편소설이라서 그런지 익숙했다.
소설 구조 면에서는 내내 주인공의 생각이 매우 자주 과거와 현재를 왕복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매끄럽고 편하게 공감하며 시간과 공간을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큰 불편함 없이 서사에 잘 집중할 수 있었던 과정이 흥미로웠다. 때때로 어떤 작가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독자에게 친절했으며, 그런 공감능력 또한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내용 면에서는 어두웠다.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고, 단절된 가족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마음이 무겁고 슬픈 것은 이 소설이 마냥 소설이 아니고, 실제 현대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3. 좋은 부분과 그 이유
단락장 8에서 주인공이 낙관성을 지닌 어머니에게 의문을 품은 부분이 좋았다.
{어머니의 말 “죽는 건 나쁜 아냐, 고마운 거야.” 어쩌면 어머니는 죽음 또한 미래에 있는 것이니, 미래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처럼 그것도 좋은 것이리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우주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탄생한 거의 모든 생명체들, 지구에서 태어나 살았던 거의 모든 인간들은 이미 죽었고, 아직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분명하게 닥칠 단 하나의 미래는 오직 죽음뿐인데 그것이 나쁜 것일 리 없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은 지나치게 많은 공포로 가득 차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죽음이 미래에 있다는 표현과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공감하기 위해 더 생각해 보고 더 노력한 부분이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묘사되는 것이 좋았고, 어머니의 관점에서 낙관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