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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Nov 09. 2024

괴물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있는가???

(스포일러는 자제했습니다.)


일탈을 했다.

친구의 제안으로 점심 퇴근을 단행했다.


퇴근의 목적은 영화 감상.

흥행 영화를 보려는 마음은 일찌감치 접었다.

친구의 추천과 감독에 대한 팬심으로 다른 영화를 골라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신작 [괴물]을 감상했다.


그의 영화는 이미 세 편을 봤다.

모두 만족스러웠다.


삶의 이면을 기가 막히게 영상화시켜주는 그의 능력이 탁월했다.

그의 영화는 세밀한 표현은 물론이고 특히 아이들의 시점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이번 영화의 감상 결과는 놀라웠다.

전에 친한 문예부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하루키는 이젠 1Q84를 뛰어넘는 작품을 집필하기 힘들어 보여.”


이번에는 내가 말하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은 괴물을 뛰어넘는 작품을 디렉팅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놀라운 드라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그의 모든 전작을 초월했다.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며 관객과 소통했다.

내내 괴물이 누구인지 찾으려고 했던 내가 실망스러웠다.


영화를 보며 무서웠다가 화가 났다가 답답하고 즐거웠다가 끝내 먹먹했다.

대사와 장면 하나하나가 철학이었고 예술이었다.


옆에 친구만 없었더라면 오열할 뻔했다.

울음을 참기 위해 이를 지그시 누르며 입에 힘을 줬다.


친구와 나는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며 서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친구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아직도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 것 같고 트럼펫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아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교장 선생님을 위해 한 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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