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5>를 읽었다. 매년 대한민국의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며, 2008년부터 출간되었다고 하니 벌써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연작물이다. 이 정도면 2028년에도 충분하게 출간이 가능해 보인다.
사실 본 출간물과 같은 트렌드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주 저작자인 김난도 교수에 대해 세간의 말이 많기도 하지만, 그저 지나가는 유행일 뿐이기 때문이다.
읽은 소감은 역시나 아쉬웠다. 과도한 중복과 신조어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들이 한숨을 쉬게 만든다.
이 책은 먼저 2024년 대한민국을 말한다며, 초효율주의, 불황기 생존전략, 지리한 정체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시그니처의 힘, 요즘가족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인간은 언제나 효율적으로 살고 싶어 했다. 불황도 언제나 있었고, 시간도 자극과 이완도 늘 필요했다. 시그니처와 같은 특별 제작품은 언제나 있었고 요즘가족은 공감하기 힘들다. 2024년이 이렇게 특별할 것이 없나 아쉽기도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년이나, 재작년도 그냥 그러려니 생각된다. 한숨만 나오는 뉴스를 몇 년째 제대로 챙겨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5년 트렌드로는 언제 적의 감각인지 모르겠지만, 뱀 띠의 해라며 Snake Sense라고 문자의 앞글자만 따와서 다음과 같이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Savoring a Bit of Everything : Omnivores. 옴니보어
Nothing Out of the ordinary : Very Ordinary Day. #아보하
All About the Toppings 토핑경제
Keeping It Human : Face Tech 페이스테크
Embracing Harmlessness 무해력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 그라데이션K
Experiencing the Physical : the Appeal of Materiality 물성매력
Need for Climate Sensitivity 기후감수성
Strategy of Coevolution 공진화 전략
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 : One-Point-Up 원포인트업
뭐.. 일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트렌드이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 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당연하게 당면하고 있는 상황들을 그럴듯하게 근사한 단어로 포장해 놓았다.
옴니보어는 과거 전지전능 옴니아가 생각난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적혀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옴니아는 제대로 망했던 스마트폰이었다.
아보하는 조금 공감은 되지만 당연한 말 아닌가 싶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여 만든 말인데, 누가 만든 줄임말인지 조금 억지스럽다. 왜 이렇게 말 줄이기를 좋아하는지.. 아무튼 소확행과 동시에 드는 인간의 새로운 생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이미 느꼈던 내겐 전혀 새롭지는 않았다.
토핑경제는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에도 원래 있었고, 페이스테크 또한 기술이 부족했을 뿐이지 원래 하려고 했던 기술이다.
무해력, 물성매력도 인간이 원래 있던 성향을 또 언급하고 있고, 그라데이션K는 이제 지겹다.
기후감수성, 공진화, 원포인트업 또한 애매모호하고 심지어 실망스럽기도 하다.
결과적으로는 전체 내용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원래 이렇게 아쉬움을 주는 책인지 2025가 유난히 아쉬운 책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원래 아쉬운 책이 아닐까 싶다. 본 책은 그저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은 많지만 찾아보기 귀찮고, 신문, 방송 또한 멀리하는 사람이 한번쯤은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상황이 한 권의 책으로 설명될 만큼 그렇게 쉽지는 않다. 본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그 대신에 차라리 한강 작가가 30년 전에 써둔 단편소설을 읽는 경험이 인생에 더 남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