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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Aug 02. 2020

당신의 사랑과 응원이 내게 주는 힘

  

  나는 꽤나 오래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다.


주변에서 내게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했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주변에서 ‘착하다, 배려한다, 욕심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는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렇지 않았고, 내가 나다움을 잃고 사는 것 같아서 이런 소리가 반갑지 않았다. 나는 때때로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며 욕심도 많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나를 나답게 해 주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는 결론을 내고는 뭉클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창 취업 준비에 열심일 때였다.

매일 같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면서 늘 이런 류의 질문을 맞닥뜨려야 했다.


"당신은 얼마나 열정이 있는 사람인가?"
"무언가를 가장 열정적으로 해 본 경험은?"

사실상 나는 소위 말하는 "열정"과는 관계없는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자기주장을 하기보다는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양보할 때가 많았다. 특히 계속된 취업 준비와 계속되는 실패로 지친 취준생에게 어떠한 열정이 남아 있었을까. 이런 내게 괜찮다며 위로하듯이 따뜻한 말을 건네준 건 엄마였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 손을 잡고 종종 수원 남문 시장을 놀러 갔었다. 어떤 날은 거리에 나무가 뽑힐 정도로 강한 태풍이 왔었다. 그 날 남문시장의 한 가게에서 나는 마음에 드는 반지를 발견했지만, 어릴 때부터 떼쓰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려 했던 나는 끝내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반지 생각을 버리지 못했고, 집에서도 반지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엄마는 그런 내게 그 반지가 그렇게 갖고 싶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너무 갖고 싶다고 솔직히 말을 했다. 그날 엄마와 나는 태풍을 뚫고 버스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남문시장을 다시 갔고, 나는 그 반지를 끝끝내 손에 넣고 행복해하며 돌아왔다.

엄마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시며 "너는 그런 열정이 있는 아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뭐라고 나는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성인이 된 지금의 나는 열정도 없고 딱히 기호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 나는 엄마의 말대로 무언가에 대한 강력한 열망, 열정이 있는 아이였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려고, 혹은 배려를 위해 나의 기호나 열정을 숨기려 했고, 심지어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날 엄마가 내게 선물한 것은 단순한 반지가 아니라 열정에 대한 성취감이었고, 용기였고, 사랑이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난 이후로는, 어린아이 같을지라도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애쓰고 싶어 졌다.

그리고 어린 딸이 어떤 물건을 갖고 싶다고 졸랐을 때, 욕심부린다고 혼내지 않고 그것을 가질 수 있게 함께 해주는 우리 엄마. 당신은 나의 모습을 ‘욕심 많은 아이’가 아닌 ‘열정 있는 아이’라고 표현해주며 용기를 주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은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조금 떼쓰고 부족하고 남을 실망시키더라도 괜찮다고, 그러니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나다움을 잃지 말라는 용기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마운 응원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용기를 가지고, 나다움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가 이러한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미지 출처(표지) : https://www.parentmap.com/article/what-motherhood-means-me-letting-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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