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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Nov 16. 2020

그때 헤어지면 돼

시작도 전에 사랑의 끝을 걱정하는 당신에게


나는 차갑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반면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와는 다르게 남들의 일도 본인의 일처럼 뜨겁게 공감한다.

가령, 주변의 누군가가 불의를 당해서 곤경에 빠졌을 때라던가, 사회적으로 이슈 되는 약자 문제들이라던가. 본인의 일처럼 진심으로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적당한 단어들로 답변을 하면서 다소 시니컬하거나 중립적인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그랬던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남들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나의 주관이 깔려 있기도 했었지만, 그 이면에는 ‘피곤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이 깔려 있던 것 같다. 지나친 공감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피곤한’ 감정 소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면 때문에 이 친구로부터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로봇 같다'는 말을 듣곤 했다.


내가 이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다.

겉으로는 아무리 차가운 척 해도 가까운 사람과 다투거나 갈등이 생기면 그 마음이 너무 힘들 때가 있다. 이러한 감정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싫어서 이러한 상황에서 무심하게 행동하거나, 무심한 척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가까운 사람과 다퉜을 때 그 사람의 입장을 깊게 이해하려 하지 않거나 마음 깊이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내게 너무 큰 존재가 생기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나중에 그 관계가 깨졌을 때 오는 상실감이 관계를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운 것이다.


이런 내가 최근에 새로운 변화들을 겪고 있는데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 지면서 갈등 상황에서 그 원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무조건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상대의 마음은 어땠을지를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함께 깊이 고민하게 되고, 내가 그 상황에 처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감정 동기화'는 내게 너무 낯선 감정이다.

그리고 '나중에  사람과 크게 다퉈서 혹은 다른 이유로  사람을 잃으면 나는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나의 변화에 대해 친구에게 털어놓자, 친구는 단순 명쾌하게 대답했다.

"급한 불부터 꺼라.

나중의 걱정은 그때 가서 그 상황에 처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지금부터 미리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그래서, 나는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느끼는 뜨거운 마음을 숨기지만 말고, 표현하기로 했다.

다툼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지면 꾹꾹 눌러 담지 않고,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세요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우리 함께 더 사랑해도 되잖아요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 로이킴 '그때 헤어지면 돼' 中


모든 사랑에는 끝이 있다. 연애 끝에는 이별이 있을 수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이혼 혹은 사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언젠가 있을 끝을 두려워하며 사랑을 아끼며 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껏 사랑하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shutterstock.com/th/video/clip-13279967-silhouette-couple-love-sunset-girl-shows-a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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