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북 리뷰 (스포 포함)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상처주기 쉬운 관계는 사랑하는 관계일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갈등의 상황에서 종종 침묵하는 것을 택하곤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게 심하다 여겨질 만한 모진 말을 내뱉었고, 나는 그게 괘씸해서 항의하듯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우선은 침묵하고 나중에 좋게 말하려고 하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모진 말을 내뱉어서 상처주려 하냐고. 그 사람은 내게 때로는 침묵이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고 답했었다. 이처럼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의도와 관계없이 일어나곤 한다.
아직도 나는 상처를 주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 일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그러므로 적어도 ‘나는 너한테 상처주려 하지 않았어’ 혹은 ‘나는 최선을 다해 대처했으니 나머지는 네 책임이야’ 식의 생각은 갖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고백'의 진희는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배려하는 무해한 사람이었으나 정작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다. 이에 대해 반격하며 함께 상처 입히거나, 자신의 상처를 풀어내는 방법을 몰랐던 진희는 결국 자신을 해치는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미주는 진희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던 주희를 원망하지만, 몇 년 후 주희와의 대화에서 미주가 진희에게 경멸하는 표정을 비추었다는 주희의 말을 듣게 된다.
모진 말을 내뱉었던 주희와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던 미주. 어떤 편이 진희에게 더 상처를 입혔을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모두 상대의 모습이 진희를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나는 말에 대해서는 조심하려 노력하는 편이라, 미주처럼 '나는 상처 주지 않았을 거야'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나의 말에 상처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경멸하는 표정을 볼 수 없었던 미주처럼, 나도 남을 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상처 주는 것에 대해 방심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말이 아닌 눈빛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상처는 꼭 나쁜 말을 한다고 해서 주는 게 아니라는 것, 나의 눈빛이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남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나는 스스로에게도 늘 엄격하지만은 않은, 무해하고 때로는 관대한 사람이고 싶다. 남을 해치지 않는 것만큼 나를 해치지 않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을 지키면서 동시에 나를 지키는 것의 균형을 지키는 일은 어렵지만,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상처 줄 것을,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사랑을 무모하면서도 용기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무해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행동의 ‘의도’를 중시하는 내게는 큰 차이로 느껴진다.
타인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실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누군가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내게 무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고 나 또한 함께 노력하며 소중히 대할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