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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Aug 08. 2021

다시, 인사

영업에서 인사로 커리어 전환을 앞두다



다시 인사팀 올래?


4년 만이었다. 다시 인사팀에 가기로 결정이 된 것은.


나는 4년 전 지금 직장에 입사를 했고, 인사팀에서 약 6개월 간 인턴으로 있었다.

처음 입사할 때는 팀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교육을 받은 후 여러 팀 중에 희망하는 팀을 3순위까지 적어 제출하였다. 사실 입사할 때부터 나는 인사팀을 희망했다. 취업 준비를 할 때부터 '꼭 인사업무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막연히 나는 인사팀 업무가 끌렸고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경영학과를 전공했던 내가 대학에서 가장 존경했던 교수님이 HR(Human Resources)을 가르치셨고, 그 때문에 HR 과목이 가장 재미있었고, 성적도 잘 나왔다.

그 외에 사소한 이유는, 나는 사람 이름을 잘 외운다. 한번 본 사람의 이름도 잘 기억하고, 그 사람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중하고 입이 무거운 편이다.  

인사 과목을 좋아해서,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해서, 입이 무거워서 인사 담당자가 되겠다는 내용은 자기소개서에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개연성이 없다. 그럼에도 내게 '인사 업무'는 큰 이유 없이도 끌리는 매력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턴이었던 나는 부서 배치 전에 1~2 순위는 현업 부서를 썼고, 3순위에 인사팀을 썼다. 그럼에도 인사팀으로 배치를 받게 되었고, 당시 인사팀장님이 인사팀에 오고 싶다고 했는데 왜 3순위에 썼냐고 물으셨다.

"현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경험해보고 인사 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 나는 우리 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업계 상황은 어떤지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래도 우선은 인사팀에 배정되었기에, 인사 업무의 기초부터 잘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웠다. 당시 맡았던 주 업무는 아르바이트와 파견 인력의 채용, 관리 그리고 전사 비용 정산이었다. 인턴 신분으로 잠깐 경험했지만, 회사에서 '인사팀'이라는 존재는 내 생각만큼 이상적이지 않았다.


첫째, 사람들은 대체로 인사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사팀에서 연락이 오면 "무슨 일이 있나?" 하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회사를 대표해서 제도나 이벤트를 수립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불만은 곧 인사팀에 대한 불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인사 업무는 생각보다 차갑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사회 초년생인 내가 경험했던 인사팀은 정말 '차가운' 느낌이었다. 사람의 이름과 특징을 잘 기억하기에 인사팀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따뜻한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인사팀은 '평가', '징계', '해고' 등 회사의 가장 냉정한 업무와 맞닿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반, 그래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 반으로 고민할 때쯤 6개월 간의 인턴 생활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정직원이 되는 최종 면접에서 (내가 추측하기로는)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와 당시 영업 쪽에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는 이유로 해외영업부서에 발령받으며 정직원이 되었다.

그렇게 4년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법인에 물품을 수출하고 영업하는 일을 했다. 4년 동안 이 부서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해외출장도 다니고, 목표했던 영업실적도 달성하고, 이슈가 생기면 현장에 가서 미팅을 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럼에도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었다. 나는 해외영업이 맞을까? 인사팀에 남아서 그 일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면 나는 앞으로 어떤 다른 일을 해야 할까?


그리고 4 만에 인사팀으로 부서이동 제안을 받았고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은 해외영업 커리어가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나의 인생에서 스스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새로운 도전을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다. 또한 4  희망했던 대로 나는 이제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현업에서는 어떤 고충이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인사업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이고, 대충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앞으로 인사 업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느끼는 것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schellhammerbusinessschool.com/online-human-resource-management-undergradu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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