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북 리뷰
나는 어릴 때부터 꿈을 꾸고 나면, 그걸 보관하고 싶어 했다. 특히 기분 좋은 꿈은 더더욱.
그래서 꿈을 꾸고 나서 인상 깊은 꿈은 '꿈 일기'에 기록했다. 신기한 건, 이렇게 꿈 일기를 쓰면 쓸수록 꿈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인지 더욱 잘 기억하게 되었고, 루시드 드림(자각몽,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꾸는 꿈)도 자주 꾸게 되었다.
내가 오랜 시간 주기적으로 꾸는 꿈이 있는데, 10년 전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이 나오는 꿈이다. 나는 그 아이를 잘 돌봐주지 못하고 보냈다는 죄책감과 그리움이 크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가 꿈에 나오면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와서 슬퍼하거나, 꿈에서조차 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마음이 조급해지곤 했다. 그리고 이런 꿈을 주기적으로 꾸다 보니, 나중에는 반려견이 나오면 '아, 이거 꿈이구나'하고 자각한 적도 많았다.
이러한 내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위로를 받는 부분이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가족들에게 자신이 나오는 꿈 배송을 예약하는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그 죽은 자가 떠나고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시점에 그 꿈이 가까운 이들에게 배송된다. 그래서 나는 반려견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나를 위해 이러한 꿈을 남겨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시험 보는 꿈, 군대 가는 꿈'처럼 지속적으로 트라우마가 나오는 꿈을 꾸는 백화점 손님들 중 절반은 트라우마를 조용히 묻어두고 싶다며 트라우마 꿈 구입 취소를 요청했다. 나머지 절반은 잘 버텨보고 꿈에서 깼을 때 긍정적인 기분이 들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손님들에게 달러구트는 말한다.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어쩌면 나의 트라우마는 내 곁을 떠난 반려견, 지난 인연들,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실수하는 나 자신이 나오는 꿈으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회사의 일은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 등의 강제성도 없고 마감 기한도 없는 모든 일에 스스로 기한을 두고 압박을 받는 자신의 모습도 알아차리게 됐다. (중략) 그녀는 비 내리는 창가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했다.
'난 지금까지 잘 해낸 내가 자랑스러워. 이전에도 잘 해냈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결국은 잘 해낼 거야' 자신을 무조건 믿는 마음,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마음. 여자에게는 이런 느슨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여자의 꿈 값이 지불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도 더는 시험 치는 꿈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해서 인지, 어젯밤 꿈에는 반려견이 건강한 모습으로 나왔다. 나는 살아있는 반려견을 보자마자 꼭 안고 "사랑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반려견도 나를 사랑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제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이 나오면 어젯밤 꿈에서 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할 것이다.
내 곁을 지나간 사람들이 내 꿈에 나와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지나간 추억이 아직 내 잠재의식에 남아있음을 인정하고, 현실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을 꺼내고 과거를 후회할 것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든 이겨냈던 나를, 앞으로도 잘 이겨낼 나를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