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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Dec 14. 2021

내가 로또를 사는 이유

로또에 대한 단상(1)


나는 가끔 로또를 산다.


하지만 당첨이 되면 무얼 할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종종 사고도 금세 잊어버리고 뒤늦게 결과 확인을 하곤 했다. 왜냐하면 당첨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알고 있어서 당첨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는 한 번, 친구와 로또를 사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똑같은 복권을 샀음에도 내 친구는 마치 이미 당첨이라도 된 듯 당첨이 되면 무얼 할지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지나치게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같은 돈을 주고 복권을 샀는데 나보다 저 친구가 훨씬 행복해 보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복권을 사는 행위는 당첨을 바라는 기대감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나중에 실망할지라도 마치 내가 당첨이라도 될 것 마냥 기대하고 행복해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이득이다. 누군가는 5천 원으로 복권을 사고, 기대하지 않다가 낙첨 결과를 보면서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하며 실망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똑같은 5천 원어치 복권을 사고 일주일 간 당첨 되면 무얼 할지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리고 낙첨 결과를 보며 '기대가 커서 아쉽지만 다음에 또 사서 당첨을 노려야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생의 다른 부분에도 똑같다. 나는 상처 받기를 크게 두려워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성향이 강해서인지 기쁜 일이 생겨도 '언젠가는 사라질 기쁨'이라고 너무 들뜨지 말자고 생각했다. 기대에는 실망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심지어 연애를 할 때도 '너무 좋아하지 말자. 언젠가는 헤어질 테니'라는 생각을 하던 때도 있었다. 물론 인생의 크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재 즐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즐기면 된다. 나중에 사라질 것을 알더라도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면 인정하기도 더 쉽고, 그 기쁨이 사라지더라도 아쉬움이 덜할 것이다. 지금 눈앞의 행복이, 눈앞의 사람이 언젠가는 사라질까 봐 행복을 억누르지는 말자.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후회가 덜 하다. 그래도 그때는 즐거웠으니까,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고 미련을 빠르게 털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당첨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을 하는 순간이 모여서 인생에 에너지가 된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로또를 산다. 그것도 일요일에. 가장 긴 시간 동안 설렐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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