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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Apr 12. 2022

사내맞선, 오히려 좋아

SBS 드라마 사내맞선 리뷰

어느 날 친구에게 "사내맞선 알아?"라는 카톡이 왔다.

나는 이게 드라마 제목인 줄도 모르고, 무슨 소리를 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드라마를 추천해준 거였다.

항마력(오그라드는 것을 견디는 ) 엄청나게 필요한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 일부 클립을 봤는데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평소에 '있어 보이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류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봤던 클립은 아주 잘생긴 젊은 회사 사장이 평범한(으로 묘사되는 여주인공은 역시나 예쁘다) 직원을 좋아해서 직진하는 내용이어서, 유치하고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는 며칠째 내게 영업을 했다. 예전 인터넷 소설 같은 포인트에 웃음도 나고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유쾌한 드라마라나 뭐라나. 나는 이걸 봐서 친구에게 이 드라마가 얼마나 별로인지 이야기하려는 일종의 오기, 그리고 왜 보라고 하는지 궁금한 호기심 반으로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이 드라마를 아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추천해준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나 맞며든 것 같다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평을 한다

'뇌 비우고 보기 좋은 드라마'

'편하게 볼 수 있는 귀여운 드라마'


그렇다. 현실 고증이 없고, 갈등이 3분 이상을 가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머리 아픈 일 많은데 드라마 보면서까지 피곤하고 머리 아프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나 역시 퇴근하고 이 드라마를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풋 하고 웃고 있다.

가끔 갈등이 벌어지려고 하면 사이다 같은 장면으로 속을 시원하게 해 주거나 유머러스한 장면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켜준다.


'대가리... (순화해서) 머릿속이 꽃밭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에게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는 표현이다. 늘 밝고 희망적인 현실감이 없는 사람을 좋지 않게 여기는 말인데, 나는 가끔은 이런 사람 혹은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현실이 퍽퍽한데 늘 고민하고 미래의 걱정을 미리 할 필요가 있을까.

왜냐하면 내가 바로 걱정을 미리 사서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의인화하면 '머릿속이 꽃밭인 사람' 같아서 오히려 좋다.

'에이 별거 아니야~ 봐봐 결국 어떻게든 잘 풀리잖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가뜩이나 퍽퍽한 현실에서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일어나지 않은 것을 걱정하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니까.



이미지 출처 : SBS 사내맞선 공식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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