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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Jul 09. 2023

부모님을 실망시켜보세요 - 엘리멘탈

영화 '엘리멘탈' 감상 후기

기대했던 디즈니 영화 ‘엘리멘탈’을 보고 왔습니다. 감상평은 ‘역시 픽사는 날 실망시키지 않지!’ 한 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 글에는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정 넘치는 불인 ‘앰버’와 감성적인 물 ‘웨이드’가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불 원소만 거주하는 ‘파이어타운’에서 불과 결혼하고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앰버.

유쾌하고 자신에게 따스한 공감과 응원을 해주는 웨이드를 만나며 아버지의 가게가 아닌 자신의 또 다른 열정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앰버는 불인 자신과는 다른 원소인 물과 섞이면 안 된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물과 불이 서로에게 용기 내서 뛰어들었을 때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었습니다.


앰버는 마침내 부모님께 가게는 아버지의 꿈이고 자신의 꿈은 아니라고, 자신은 불이 아닌 물 웨이드를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빠는 대답합니다.

“이 가게는 내 꿈이 아니었다. 네가 내 꿈이지. 언제까지나 항상 그랬어.”


서로 다른 앰버와 웨이드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멋졌지만, 앰버가 부모님에게 자신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는 순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부모님의 말을 잘 듣고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노력으로 부모님과 사이가 좋고, 이 부분은 스스로도 만족하지만, 무엇이든 그렇듯 과해지면 그때부터 문제겠지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욕구보다 부모님 혹은 다른 사람의 욕구나 기대에 더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부모님을 실망시켜보세요”


일부러 나쁜 짓을 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자기표현을 억누르면서 다른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실제로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내게 기대하는 바가 다를 때는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해 보라는 거죠.


예전에 책을 읽다가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에게 우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우리에 대해 부모가 갖는 기대를 바꾸기 위해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은 부모와의 진실하고 고유한 관계를 맺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자아와도 진실된 관계를 맺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법’ 중에서


그렇습니다.

진실한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결국 자신과도 진실한 관계를 맺는 거라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직은 완벽히 해냈다고 할 수 없을 정도지만 제 욕구에 대해 귀 기울이고 그것이 부모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 제가 엄마에게 “나한테 바라는 게 있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엄마의 대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네가 느끼는 것을 자주 공유해 주었으면 좋겠어”


저는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부모님이 평생 모르기를, 좋고 밝은 면만 봐주시기를 바라왔어요.

그런데 나중에 나라는 사람의 밝은 면만 보고, 진짜 나를 이루는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숨기기만 한다면

그게 정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더라고요.


여러분,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살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고 있다면 그것이 누구든 그들을 기꺼이 실망시켜 보세요. 생각보다 그들은 관대하고 생각보다 그들은 당신을 더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앰버의 아버지의 꿈이 앰버 그 자체였듯이요.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여러분은 솔직한 자신을 내보이면서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와 진실한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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