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뷰 <지켜줄게 - 백예린>
이유 모르게 작은 것들을 사랑했다.
작디작은 것을 관찰하다 보면 내가 그들을 지켜줘야만 할 것 같았다.
덕분에 고생한 건 엄마였다.
9살 쯔음엔 작고 반짝이는 돌멩이는 무조건 주머니에 넣었다. 길가에 널린 돌멩이를 금덩이라도 되는 듯이 집에 소중하게 모셔왔다. 엄마는 빨래를 할 때마다 내 바지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야 했다.
같이 딸려오는 모래는 덤이었다.
엄마는 이 일로 나를 한 번도 혼낸 적이 없었다.
10살 쯔음엔 개미를 관찰했다.
개미가 줄을 지어 모레를 옮기며 집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이상하게 평온해졌다.
집을 완성한 개미들을 위해 슈퍼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서, 개미집을 발견할 때마다 그 근처에 과자 조각을 살포시 올려두었다.
자기의 몸집의 몇 배나 되는 과자를 옮기는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경거리였다.
그러다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신경이 쓰였다.
내가 없어도 개미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
동네를 떠나는 날, 나는 개미들의 보호자라도 된 것처럼 공평하게 과자를 나누어주느라 바빴다.
그리고 지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약속했다.
자주 보러 올게.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위해, 작은 약속을 하는 것.
그게 어린 시절 처음 배운 사랑이었다.
사진 출처 : 백예린 Our love is great 앨범 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