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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Aug 02. 2023

성격을 바꿀 수 있나요?


"너 지금 성격 못 바꾸면 평생 안 바뀐다"


내가 스물한 살쯤 한 교수님에게 들었던 말이다.

억울한 상황에서 화를 내기보다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욕심 낼 법한 상황에서는 남들에게 양보하는 내 모습이 답답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욕심이 없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어떻게 들어갔냐'는 말을 들었다.


농담이었을지 몰라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당시에 나는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아마 교수님은 내가 마냥 착하게 굴고, 남들에게 양보하면서 내 이익을 챙기지 못했을까 봐 걱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노력으로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이렇다.

"타고난 기질은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척하면 정말 다른 성격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쌓이는 경험과 연륜으로 변화하는 것을 제외하고,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삶을 역할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살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역할을 찾아서, 그 역할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타고난 기질은 아주 내성적이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 그럴 때는 사람을 좋아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직장인을 연기한다.

퇴근 후 피트니스에 가서는 국가대표를 꿈꾸는 체대 입시생이 된다. (물론 몸은 따라주지 않을지라도)


이런 식으로 상황마다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 역할을 연기한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역할을 연기한다는 생각도 잊은 채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10년 전 교수님의 말씀처럼 내 성격은 변하지 않았을까?


나는 하루에도 사교성 좋은 직장인이었다가, 단호한 협상가였다가, 다이어트를 하는 아이돌 연습생이었다가, 조용히 집중하는 작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다중인격자에 가깝다!


실제로 내 성격은 10년 전에도 마냥 당하고 살진 않았으며 (교수님, 저를 잘못 보셨습니다)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때보다 이제는 훨씬 단단해졌고, 불합리한 일에는 소리를 낼 줄도 안다.

욕심이 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그날에, 그 상황에 필요한 역할에 몰입하는 충실한 사람이다.


타고난 기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누군가 당신의 성격에 대해 비난하거나 바꾸라고

강요한다면,

그대로 듣기보다는 그 사람이 보는 내가 진짜 내가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건강한 역할 놀이에 충실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출처: 똑똑한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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