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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May 06. 2023

무엇이든 엄마만큼만

나의 어머니에게

"엄마, 나 접촉사고 났어."


초보운전인 내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을 때 보험사 직원을 기다리며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괜찮아~ 누구나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어.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된 거야.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엄마는 늘 이렇게 내가 기죽지 않게 나를 지지하고 위로해 주신다.

가끔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기죽고, 자책하고, 걱정도 겁도 많은 나에게 엄마는 하늘에 있는 신이 '너 같은 겁쟁이한테는 이런 엄마가 딱이다!' 하고 내려준 선물이 아닐까.


누구나 실수한다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너무 덜렁거리고 실수도 많이 한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 무슨 일이 있어 의기소침해 있는 내게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고 그런 일은 살다 보면 아무 일도 아니라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얼마 전에 마트에 갔는데 어린아이가 들고 있던 도넛을 떨어트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엄마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아이를 혼내는 거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실수할 때마다 매번 부모님께 이렇게 혼났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내가 실수하는 만큼 사람들의 실수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편이 있다는 믿음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나는 농담으로 엄마에게 받을 유산은 이미 다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살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주고 표현해 주고, 너무나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멋진 모습의 대부분은 엄마에게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어느덧 나도 서른이 넘어 엄마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도 생겼고, 엄마는 '네가 언제 이렇게 훌륭하게 커서 현명한 대답을 해주네'라고 하신다. 이제야 나는 당신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나는 살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의견을 묻고 싶은 사람도 엄마고, 무얼 하더라도 '무엇이든 엄마만큼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만큼만 훌륭한 사람이 된다면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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