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퇴근 시간.
그런데 부장님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오늘 다 같이 회식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지? 다 간다고 하네."
속으로 외쳤다.
'아니요!!!! 안 괜찮아요!!! 집 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렇지만 소위 말하는 직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까라면 까는' 스타일이라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분명 흔들리는 내 동공을 봤을 테지. 가기 싫어하는 내 표정도 봤을 테지.
가끔 생각한다.
혹시 직장 상사들은 가기 싫어하면서도 기꺼이 가는 모습에서 충성심을 느끼는 걸까.
그리고 얼마 후 단톡방에서 부장님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오늘은 급하게 번개로 잡아서 같이 못 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합니다.
다음 주 정식으로 회식을 잡아볼 테니, 그때 함께 하시죠.'
- 오늘 안 가도 되는 거였어요? 아까는 다 간다면서요.
- 다음 주 회식이요? 오늘 하고 또 한다고요?
차마 답장을 하진 못하고 혼자 생각한다.
가서 몸은 회식 자리에, 마음은 집에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회식 자리가 싫어서 주변 동료들의 얼굴을 살폈다.
혹시 나만 이렇게 회식이 싫은 건가? 왜 다들 즐거워 보이지?
그리고 잠시 후 부장님의 농담에 엄지를 치켜드는 스스로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생각한다.
그래, 대부분은 나처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여기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갑자기 웃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묘하게 슬퍼 보인다.
언젠가는 부장님의 회식 제안에 이렇게 말할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해 본다.
"아니요. 저는 회식이 싫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회식도 참석할 나에게 위로를 미리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