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 수평적 대화
우리는 매일 서클을 한다. 학생 8명과 교사 4명이 동그란 원 모양으로 앉아 책이나 특정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아예 교실 한 칸의 좌석 배치도가 원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원 위에 있는 하나의 점이다. 크기는 교사, 학생 상관없이 같다. 각자의 위치가 있고 서로 간 거리가 있다. 원은 '혼자지만 함께 있다'라는 아이러니한 표현이 현실로 나타난 도형이다. 앉아 있는 우리도 혼자지만 또 함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 서클로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부분 당황한다. 누구 뒤에 숨을 수 없고 모두가 자신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가 익숙하지 않다. 서클의 목적 중 하나가 경청인데 처음은 순서가 다가오는 긴장감에 다른 사람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오지 않았으면 싶지만 냉정하게 모두에게 똑같이 순서가 온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하지만 또 무슨 말이든 괜찮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학생들도 교사들도 언제든 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을 조금 놓는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한다. 시간이 지나면 떨리는 마음이 다 사라진다고는 말 못 한다. 서클에는 늘 긴장감이 도니까. 하지만 시간이 약이 맞다. 조금씩 이런 수평적 대화에 익숙해진다. 점점 옆 사람을 믿게 된다. 그 믿음이 긴장감을 설렘으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원 안에 당당한 하나의 점으로 팽팽하게 줄을 잡고 설 수 있게 한다.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람을 만나는 마음. 우리는 그렇게 배워나간다.
나는 대부분을 교사도 학생도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 서클에 참석한다. 같은 주제에 여러 가지 답이 나오는 것이 참 좋다. 가끔 흥미가 생긴 대답에 내 생각을 덧붙어 말한다. 생각이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너무 피곤할 때는 아무 말 없이 1분을 멍 때리고 있다가 끝내기도 한다. 말 없는 서클은 피곤함을 공유한다. 1분 뒤 서로를 보고 씽긋 웃으며 끝을 맺는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안다. 대화할 때 말이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긴장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곳이 원 안이다. 혼자 있는 긴장감도, 함께 하는 편안함도 주지만 혼자 있는 편안함도 함께 할 긴장감도 준다. 내가 성장하는 곳이다. 이곳이 나는 좋다.
원-점의 움직임
동그라미 속
점 하나에
이름표 달고
엉덩이를 붙인다.
마주 본
점 하나에
다른 이름표
다른 엉덩이
닿을 수 없는
두 점 사이
혼자
아니, 같이 가고
같이
아니, 혼자 간다.
끝도 없는
도도리 표 위
점
점
촘촘히 느껴지는
믿기지 않는
원의 긴장감.
믿기지 않는
원의 편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