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탈출 45일째
새벽 3시 50분, 잠에서 깼다. 비가 창문에 부딪혀 똑똑거렸다. 아직 정신이 덜 깬 상태로 자연스럽게 내가 향한 곳은 현관문이었다. 눈곱 낀 상태로 밖에 나갈 것도 아니면서 마치 문을 뚫을 듯이 문에 딱 붙어 섰다. 그래, 나는 지금 이 새벽에 굳이 문에 붙어있는 것이다. 비몽사몽에 팔을 들어 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열렬히 기다리다 갑자기 신호를 받았다. 드디어 멍청하던 내 스마트폰이 번쩍거렸다. 있는 듯 없는 공용 와이파이 한 줄기를 용케 붙잡는 것을 보니 정말 멍청해진 건 아닌가 보다. 다들 자고 있는 새벽에 운치 있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굳이 스마트폰을 깨워 놓았다. 진짜 멍청한 것은 스마트폰인지 나인지 생각도 하지 않는 새벽이었다. 아무도 없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있어 잊히지 않을 시간이었다.
문은 안과 밖의 경계다. 나는 안에서 밖을 보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을 계속 찾았다. 다들 자는 시간에 이곳에 서서 뭐 하고 있는 걸까. 누가 봐도 이상할 내 모습이지만 이상하다고 말할 누군가가 없어 나는 망설임 없이 스마트폰을 켰다.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크게 재미있지도 않고, 의미 있는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출근해야 하는 오늘을 앞에 두고 나는 굳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이해하려 들면 더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에 멍청함을 자처하는 나를 그냥 두고 봤다. 스마트폰을 통해 나의 민낯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금세 후회할 순간이지만 스마트폰은 눈앞의 것만 보게 하지 않던가. 나보다 똑똑한 스마트폰 뒤에 숨어 후회의 시간을 잠시나마 뒤로 미뤘다. 새벽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끊은 지 45일째다. 내가 스스로 벌인 일인데 마치 벌서는 것처럼 괴롭다. 뭐가 괴롭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아서 괴롭다고 말할 것이다. 대답이 빈약한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가 느끼는 전부라 답하면서도 부끄럽다. 다행히 데이터를 다시 신청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신 미친 듯이 와이파이존을 찾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참 찰떡같다. 나는 혼자 날뛰다가 현관문의 비밀을 찾은 후 일 초의 망설임 없이 문에 딱 붙었다. 약하게나마 잡히는 공용 와이파이는 그 순간 유레카를 외칠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곧장 후회했다. 모르는 것이 더 나았을 거란 이성과 일단 기쁨을 느끼는 감성이 섞여 나를 들볶았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걸 보면 내가 지금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만약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한심한 눈빛으로 그냥 데이터 다시 복구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멋쩍을 그 말을 듣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
퇴근 후 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현관문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심심하지 않냐는 언니의 물음에 마음 한편에 떠오른 새벽 시간이 지워지지 않아서였다.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데이터를 끊었다고 큰소리 뻥뻥 치며 호기롭게 말한 것을 언니도 알기에 나의 비밀은 더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 앞에서는 못할 말이다.” 둘이 한바탕 웃고 나서 내가 한 말이다. 이왕 시작한 일, 힘 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과 다른 현실에서 느끼는 허탈감을 웃음으로 달랬다. 나는 지금 어설프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헛발질을 하며 쇼를 하고 있는 걸까. 분명 쇼는 아닌데 앞으로 나가려는 발걸음이 영 볼품이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이지만 그래도 말을 하고 나니 속은 시원했다.
집에 와서 내 말을 곱씹었다. 어설프지 않고 스마트폰을 대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생각도 없다. 스마트폰을 덜 사용하게 되는 새로운 삶이 낯설지만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앞에서 당당하고자 하는 마음만 없애면 되지 않을까. 다소 어설픈 스마트폰과의 전쟁이 가늘고 길게 갈 것이라 마음먹는 건 어떨까. 멋짐보다는 지질함이 나를 더 기다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숨기지 말고 드러내는 방법을 써보자. 지질함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생각하지 못한 길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패배보다는 지질함이 낫다. 맞다. 가늘고 길게, 그리고 지질하게. 그리 생각하니 못할 말이 없어진다.
“그래, 나 현관문과 친하다!”
수줍은 고백 속에 포기는 하지 않을 마음을 함께 담는다. 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 그곳을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데이터 없는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크고 작은 일들을 다시 정비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말 같지만 나는 내가 지질하기 때문에 스마트폰과의 전쟁에서 기어이 이길 것 같다. 조금만 하면 안 될까를 속으로 계속 외치며 하루에도 수십 번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민낯을 본다. 새벽에는 아무도 없어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는 나를 본다. 내가 나를 보고 있다. 크게 밀어붙이지도 그렇다고 오냐오냐하지도 않는 내가 뒤에 있는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나를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회피 대신 직면하는 힘으로 나는 꼭 언젠가는 스마트폰에서 나올 것이다. 새벽의 지질함을 고백하며 말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다짐이지만 지질함을 믿고 나갈 나를 위해 질책 대신 응원을 보낸다.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