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아이 YouBike

대만 한달살이 : 대만 자전거

by 마나

멀리 보이는 주차장에 빼곡하게 공용 자전거가 세워진 게 보여. 나는 그때부터 발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해. 요가 수업에 늦어서가 아니야. 매일 타는 자전거인데도 볼 때마다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릿속 어느 부분은 고장 난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처음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방방 뜰 수는 없지 않겠어. 오늘도 내일도 탈 수 있어. 제발 촌스럽게 굴진 말자고. 자전거 앞에서 차분해져 보려고 애써 혼잣말을 해 봐. 마음에 든 바람을 빼 보고자 피식 웃어도 보고. 다 헛수고인 걸 알지만 매일 아침을 시작하기 위한 통과의례인 듯 나는 늘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


대만 공용 자전거 이름은 'Youbike'야. 한국에서도 공용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있어 대만 자전거 시스템에 익숙해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 남들이 어릴 적 배우는 자전거를 뒤늦게 배운 나는 자전거를 탈 때마다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아. 그래서 매일 아침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듬어주고 싶기도 해. 어릴 때 사랑을 듬뿍 받아야 커서도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다잖아.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아이가 여전히 호기심이 왕성한 걸 보면 그저 감사할 뿐이야. 게다가 대만은 자전거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요금도 30분에 5 대만달러(약 250원) 정도밖에 들지 않아. 아이가 마음 편히 그리고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환경이 되는 거지. 어때, 자전거 꽁무니만 봐도 기분 좋아질 만 하지?


2년 전, 학생들과 서울로 여행을 갔다가 한강 고수부지에서 우연히 자전거 대여점을 봤었어. 나와 함께 온 학생들은 순식간에 모두 자전거를 한 대씩 골라 달려 나가고 나만 남았었지. 거리낌 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이 어찌나 듬직해 보이던지 하마터면 나도 뒤에 태워달라고 이야기할 뻔했다니까. 혼자 남은 내 옆에는 선택되지 않은 자전거들이 대여점 주인과 함께 나만을 바라보며 목을 빼고 서 있었어. 나도 한 번 시도나 해 볼까. 내 마음에 불만 지피고 홀연히 떠난 학생들이 야속해서라도 홀로 달려보리라 다짐했어. 그리고 구석에 있던 제일 작은 자전거를 빌렸지. 다행히 옆에서 자전거 대여점 주인이 자전거 타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시더라고. 그렇게 비틀거리다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었어.


늦게 배운 도둑질은 밤샐 줄 모른다는 말도 있잖아. 나는 그 뒤로도 시간만 되면 자전거를 타곤 했어. 몇 달 전, 일본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는 처음으로 중고 자전거를 가져도 봤었지. 내가 머물렀던 일본 동네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길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선명해. 그때 나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여행을 함께하는 길친구였던 것 같아. 덕분에 더 멀리, 더 빠르게 다양한 곳을 누빌 수 있었지. 여행 중 매일 숙소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꺼낼 때가 제일 설렜었어. 목적지까지 가서는 눈도장만 찍고 돌아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지.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엔 크게 관심이 가지지 않았던 시간이었어.


대만에서도 여전히 자전거를 볼 때마다 기뻐. 자전거 경력이 2년 차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가 봐. 그런데 요즘은 미세하나마 일본에서의 마음과는 다른 느낌도 들어.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보다는 목적지인 요가원에 무사히 도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 자전거를 타는 나는 여전히 아기지만 일본에서 지낼 때보다는 컸나 봐. 산 하나를 넘을 땐 이전에 작은 언덕을 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잖아. 내 자전거도 이제 지나간 언덕이 된 건 아닐까 싶어. 하나씩 경험이 쌓여 자전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세상은 넓고 배울 건 많으니 앞으로 자전거 타고 더 넓은 곳으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 보려고.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2년 전 서울에서 자전거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일본에서도 대만에서도 나는 여전히 뚜벅이였을 거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전거를 볼 때마다 느껴. 나만의 자전거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자전거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내겐 도전이자 기쁨이었어. 넘어져서 울었던 시간까지도 말이야. 세상은 평생 배워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잖아. 나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요가원에 도착했어. 언젠가는 지금 내가 힘들어하는 요가 동작을 가볍게 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 자전거처럼 말이야. 그때는 요가하며 자전거를 타려나? 아무튼 지금은 '워 아이 Youbike', '워 아이 Yoga'야. 오늘도 신나게 달려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