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108배

거창붓다선원

by 마나

날씨가 점점 추워져. 지난 3월 절 한달살이를 할 때에는 겨울이었지만 곧 봄이 온다는 생각에 힘이 났었는데 지금은 겨울이 오고 있으니 준비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게 되네. 추운 새벽에 몸에 열을 내는 데는 백팔 배만 한 게 없어. 몇 번만 오르락내리락하면 살짝 덥기까지 하니까 말이야. 아침 예불이 끝나면 부처님 말씀 하나에 절 한 번을 해. 솔직히 처음에는 춥기도 하고 잠도 덜 깨서 완전히 집중은 안 되는 것 같아. 몸이 좀 녹으면 그때부터 부처님 말씀이 서서히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지.


아이고, 부처님. 오늘도 제가 앞부분은 놓쳤네요. 나는 매일 똑같은 참회를 하며 정신을 차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절보다는 글귀에 마음을 기울이게 되지. 어리석은 중생에게 백팔 배는 매일 잠 깨는 운동으로 시작해서 수행으로 넘어가는 시간으로 이용되고 있어.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처음 말씀부터 새겨듣게 되지 않을까. 백팔 배의 깊은 뜻도 알게 되고 말이야. 그때까지는 그저 귀에 들어오는 글귀가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많길 바라며 절을 해.


오늘 아침 선방에는 서른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어. 각자 몸의 상태에 따라 무리하지 않고 백팔 배를 했지. 나도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문득 옆 사람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 거야. 그때부터 그 사람이 늦게 올라오면 빨리 올라오라고 마음을 쓰고, 빨리 올라오면 좀 기다리라고 마음을 쓰이더라고. 혼자서 오지랖을 부리며 계속 힐끗거렸어. 안 보고 싶은데도 무슨 똥고집인지 한 번 꽂힌 눈빛은 방향을 안 틀더라. 답답했어. 이러다 오늘 백팔 배가 끝나는 거 아닐까.


보고 싶지 않은데 계속 보이면 강제로 끊어내야 했어.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절을 하기 시작했지. 살면서 눈꺼풀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은 처음 해 봤던 것 같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도 편안한 일이었나. 그래서 잠을 자거나 명상할 때 눈을 감는 거구나. 다시 돌아온 나는 백팔 배로 돌아와 컴컴한 상태로 절을 계속했어. 부처님의 말씀이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신도 나더라니까. 살면서 불필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올 때 가끔 눈꺼풀을 이용해야겠다 싶었어.


백팔 배는 편견만 버리면 그리 어려운 건 아니야. 되레 한 시간 좌선하는 게 더 힘들지. 몸을 쓰면 마음이 날뛸 에너지가 많지 않거든. 마음 잡는 게 몸 잡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걸 이젠 알 것 같아. 다리 근육이 땅기긴 하지만 그건 금세 적응이 되는 일이고. 아침 예불이 끝나고 매일 백팔 배를 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선방에서 모두 같이 해서 빼먹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아. 25분 정도 걸리는데 하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어. 이제 진짜 아침이 시작이구나 하고 싶지. 아침 예불 후 바로 명상에 들어간다면 모르긴 해도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매일 아침 꾸벅거리지 않을까.


절에 들어온 지 10일이 지나가. 아직까진 절에서 하는 것들의 깊은 의미까진 모르겠네. 나는 그저 주어진 하루를 보려고 해. 보다 보면 점점 보는 눈이 생기겠지. 그때까진 백팔 배에 아침 체조의 의미도 좀 넣어야겠어. 새벽마다 선방에 가기 위해 밖을 나와. 하늘에 별이 말 그대로 장관이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말이야. 새까만 하늘에 달빛이 펼쳐져 있고 그 옆에 별들이 콕콕 박혀 있어. 혼자서 이런 호사스러운 장면을 본다는 게 두고두고 아깝지만,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게 절에서 하는 마음 수양이라 더는 생각 안 하려고. 오늘도 달빛 아래에서 마음을 담아 하나, 둘, 셋. 넷…. 백팔로 시작해. 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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