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혼자서

거창붓다선원 : 명상

by 마나

절에서는 하루에 내가 무엇을 할지 정해주는 사람은 없어. 모두 자신이 절에 들어온 이유에 따라 시간을 보내는 거지. 내가 지내는 절은 호흡을 이용해 명상을 집중적으로 하는 곳이라 대부분 명상을 많이 하긴 해. 나도 하루에 5시간 정도 하는 것 같고. 명상은 아주 간단해. 가만히 앉아서 내가 하는 호흡만 바라보는 게 다야. 그 간단한 것이 끊임없는 잡생각과 졸음으로 복잡해진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숨은 쉬잖아. 남의 숨도 아니고 자신이 쉬는 숨을 조용한 곳에 앉아 바라만 보라는데 그것도 못해? 누가 내게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잘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정말로 말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고. 나의 단순한 숨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니까 말이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에 의지해 열심히 독기라도 내어 볼 텐데 명상은 오직 내가 내 숨만 바라보며 깊이 들어가는 거라 믿고 의지할 사람도 나뿐이거든.


내 마음이 왜 복잡한지 무엇이 호흡 명상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는지 투명하게 다 알 수 있어. 나의 못난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졸음이 아니더라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판이 걸. 스님은 번뇌나 망상이 올라오더라도 그것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 그저 내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하고 무심히 보고 넘기라 하셨지. 길 가다 부딪치는 사람 쳐다보듯이 말이야.


명상을 시작하며 내가 얼마나 똑같은 생각을 곱씹는 사람인지, 얼마나 허튼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인지 알게 됐어. 이렇게 자신을 달달 볶으며 살아왔구나. 그래서 살면서 힘이 들었었구나. 떠오르는 망상을 미워하지 않고 그냥 넘기려 노력하며 매번 그 생각을 해. 명상을 하며 바뀐 건 나에 대한 연민이 미움보다는 많아졌다는 거야. 늦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해.


오늘 아침엔 공양 후 시간이 남아 다시 명상하러 선방에 올라갔어. 아무도 없는 큰 공간에 부처님과 나만 앉아 고요함을 즐기기 시작했지.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며 명상을 시작했어. 애는 쓰지만 곧 번뇌와 망상이 올라올 거라 기대 아닌 기대까지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던 것 같아. 잡생각보다는 호흡이 더 잘 보이더라고. 내가 쉬는 숨 하나, 또 하나 그리고 또..., 들어오고 나오며 움직이는 공기의 이동. 나는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어. 오직 숨과 나 그리고 선방의 고요함이 존재할 뿐이었지. 좀 더 깊어지면 나도 사라질 것 같았어. 편안하고 행복했어.


얼마 안 앉아 있는 듯한데 눈을 떠보니 1시간 20분이 지나 있더라. 어느새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도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지. 몸과 마음이 공중에 뜬 것처럼 가벼웠어. 명상하는 이유가 이 느낌 때문은 아닐까 싶더라고. 주변에서 명상하는 이유를 묻곤 했었어. 나는 어렴풋이 좋은 건 알겠는데 깊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 상태라 다른 사람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만 해주곤 했었지. 매일 하지만 매일 버거웠던 명상이었는데 오늘은 가벼웠어. 여태 한 노력이 허투루 흘러가진 않은 것 같아 부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어.


이렇게 좋은 순간을 보내고 나면 그다음 명상은 꼭 망하는 것 같아. 혼자서 들떠 난리거든. 내가 이 정도까지 해봤다며 거들먹거리는 거지. 몇 번 같은 일이 반복되고 나니 좋은 순간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라는 말의 의미를 알겠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고요할 수 있도록 매일 명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후에 선방에 갈 땐 부디 겸손할 수 있기를. 지금의 기쁨이 다음의 슬픔으로 연결되지 않기 위해 오늘 나의 기쁨과 슬픔에 고요함이 깃들기를. 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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