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겨울 작가와 소설

by 마나

김겨울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주제는 '유튜브 시대, 독서는 왜 필요한가'였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장소는 낯설었지만 작가님은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겨울서점이란 유튜브 영상을 몇 편 보고 가서 그런 듯했다. 작가님의 말씀하시는 분위기와 웃는 모습은 영상 속과 같았다. 강연이라 이름이 붙었지만 그냥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나도 덩달아 편안해졌다.




작가님은 소설을 읽을 때 "왜?"라고 질문을 하며 읽으면 등장인물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하셨다. 최근에 소설 몇 권을 보고 난 뒤라 그 말이 와닿았다. 강연 주제를 조금 바꿔 '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로 만들어 혼자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인문학 책을 많이 찾아 읽었는데 지금 나는 왜 소설을 찾고 있는 걸까.


나에게 인문학 책이 스승이라면 소설은 친구이다. 내 고민에 바로 해답을 알려 주는 것이 인문학 책이라면 소설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민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으라는 식이다. 생각해 보니 크게 여유가 없는 학기 중에는 인문학 책을 많이 읽고 여유가 있는 방학 때는 소설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복잡하고 숨기는 것이 많다. 여유가 있어야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다. 여유가 없으면 소설의 재미는 성가신 것이 되고 만다. 소설의 첫 부분을 읽으면 머릿속에서 "왜?", "왜?", "왜?"가 줄기차게 지나간다. "왜?"의 행렬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상황과 인물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나는 때론 친구로 때론 엄마로 등장인물을 바라보며 속으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공감도 하고 오지랖도 부리고 욕도 하면서 소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수다를 떤다. 그렇게 소설을 읽는다.


최근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읽었다. 첫 부분에서 속으로 어찌나 "왜?"를 외쳤는지 한 번은 밖으로 소리를 낼 뻔했다. 소설의 주인공 이경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욕도 한 바가지는 했을 것이다. 하나씩 드러나는 이경의 성격과 상황이 이해되면서 그제야 이경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경뿐만 아니라 6.25 전쟁을 고스란히 경험해야 했던 모든 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리고 앞서 욕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앞으로 누군가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왜?"라고 당장 소리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가 소설을 읽는다는 사실이 참 좋다.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 방학은 곧 끝나고 다시 바빠지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학기 중에도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너무 바쁘게 살아야 했던 지난날은 나까지 여유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이도 조금 먹었으니 너무 바쁘더라도 마음속 여유를 챙길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믿고 싶어 소설을 읽고 싶다.




김겨울 작가님이 던지신 "왜?"라는 질문 하나가 내 속에 들어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언젠가 작가님이 소설을 쓰신다면 "왜?"라고 외치며 신나게 읽고 싶다. 작가님과의 시간은 소설에 대한 내 마음을 읽어보는 시간이었다. 강연의 본래의 주제였던 '유튜브 시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소설과 "왜?"에 꽂혀 찾지 못했다는 자백도 한다. 강연 중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옳지 못한 참가자가 그래도 작가님 만나서 반가웠다고 그리고 "왜?"라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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