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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나 Sep 10. 2022

활발한 질투심

어딘의 <<활활발발>>을 읽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뒤 생기는 여러 가지 고민 중 하나는 '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하는가'였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만의 개성이라 생각했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이 내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남의 생각을 듣는 것을 약간 꺼렸다. 이와 반대로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도 하여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쓰기에 관한 책 읽기를 주저했다. 


내 고민을 듣고 동료 교사가 어딘 작가가 쓴 <<활활발발>>을 추천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기는 하지만 글의 틀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라고 했다. 글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글을 적고 생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재미있을 거라 했다. 글을 배우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단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뽑은 책의 주제는 솔직함이었다. 책 속 사람들은 글쓰기에 진심일수록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글쓰기는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솔직함이란 단어를 붙일 필요도 없는 삶을 산다. 솔직하지 않은 것이 뭔지 모르니까. 조금씩 세상을 배우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한다. 솔직함에 가면을 쓰는 횟수를 늘린다. 그러면서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지루한 일이 반복적인 글을 읽는 거지>

잊히는 솔직함이 아까워 책 속 사람들은 글을 썼다. 솔직해지고 싶은 욕구만큼 꾸미거나 감추려고 하는 글에 대해서는 냉정했다. 가면을 벗지 못한 작가의 글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런 글이 가장 지루하다고 평가했다. 아직 내 틀을 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뼈 때리는 말이었다. 책을 읽으며 온몸에 힘을 줬다.


책은 재미있는 만큼 계속해서 나에게 자극을 줬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질문은 "나는 내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가?"였다.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 어딘 작가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눈을 가지고 있는가를 물었다. 글 쓰는 자의 최소한의 자격이라 말하는 듯했다. 나는 아직 답하지 못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글 때문에 웃고 울었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던 훈훈이 처음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충격을 받았던 일, 동성애자인 테일러가 커밍아웃을 글로 하기까지의 과정, 대안학교 교사 월급은 적다며 돈 모아서 분식 값 내자고 말하는 학생의 말을 부끄럽지만 그대로 받아들인 교사의 이야기까지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거울 보듯 글로 적어내고 있었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계속 책 속 사람들을 질투하고 부러워했다. 특히, 냉정하고 정확한 피드백 과정이 부러웠다. 글 쓴 사람의 솔직함에 읽은 사람의 솔직함이 더해져 글이 반짝였다. 그 속에서 편치 않았을 그들의 시간이 느껴졌지만 그것까지 좋아 보여 괜히 짜증이 났다. "그래서, 솔직해지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건데?" 


책을 읽는데 질투심을 느낀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솔직해지고 싶어 그대로 둔다. 내가 글을 쓰고 싶긴 하는구나. 내가 만든 틀을 다시 깨고 나와야 하는 과정. 글쓰기. 솔직함은 그것 자체로 글감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활활발발>>은 읽는 내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던 책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짜증나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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