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남이 보는 글쓰기를 시작할 용기

배지영<<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읽고

by 마나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
By 리베카 솔닛(10쪽)



리베카 솔닛의 말을 내게 적용해 보면 글쓰기는 부끄러워 말 못 하는 마음을 밝히는 행위라 해석할 수 있다. 육체노동이라 몸으로 익혀야 한다(41쪽)는 작가의 말도 덧붙여 본다. 움직임. 어렵고 힘든 과제가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며 몸에 배게 하는 것이 글쓰기다. 부끄러워도 괜찮다. 부끄러움 자체가 소재가 된다. 그 자연스러움에 나는 매력을 느낀다. 백지가 주는 공포가 되려 포근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왜 글을 쓸까.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유를 쓰면서 계속 생각한다. 매일 답이 다르다. 혹시 매일 다른 답 자체가 답이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할 때와 마찬가지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므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매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를 찾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글쓰기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매일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낯설어질 때가 있다. 생각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며 그것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사소하거나 너무 익숙해서 지나쳤던 순간이 다시 떠오르면 나는 낯선 나에게 몰입한다. 내가 나를 다 안다고 자만할 수 없는 냉기 서린 신선함이 시원하다. 나를 객관화하는 작업이 글쓰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눈물을 쏟으면서 쓰고 고쳤다. 고통을 끝까지 파고들면,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지키는 힘이 생겼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현실은 바뀌지 않아도 글 쓰는 자기 자신은 달라졌다. 글쓰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었다. (90쪽)



내 눈은 밖을 향해 있다. 나 빼고 모든 것이 보인다. 내가 나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굳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심보 아니던가. 나도 내가 보고 싶어 글을 써본다.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울기도 한다. 눈 대신 손이 보려 하니 세심한 손끝 감각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금씩 느껴지는 내 존재가 너무 연약해 손의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나를 보고 있다. 존재 자체로 신비롭다. 포기할 수 없어 날마다 쓰는 사람으로 남는다.


브런치 글을 쓰며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 속에 비친 나를 본다. 내 글에 타인을 담아 보여주기도 한다. 혼자 또 같이 글을 쓰고 서로를 비추며 함께 걸어간다. 힘이 된다. 우리 모두는 백지의 이중성을 느낀다. 공포이자 설렘이다. 작가의 세심한 마음을 담아 본다.


'백지 앞에서 도망만 안 가면 된다. 잘하고 있으니 걱정마라. 잘하고 있다.'


이 책은 내게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접속사, 부사와 같은 군더더기는 줄이는 것이 좋고(143쪽) 수동형 문장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137쪽)는 글쓰기 기술은 글 수정 과정에서 자신감을 키우는데 유용했다. 또 나만의 독자를 생각하며 쓰는 것(130쪽)과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니 오래 쓰다 보면 잘 쓰게 된다는 말(153쪽)은 글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글 쓰는 재미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잘한다. 잘한다."란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글쓰기 초보자들을 응원하고픈 작가의 마음을 글 속에서 찾았다. 그것을 내 마음에 담아 본다. 그리고 어깨 으쓱거리며 종이 앞에 앉는다. 용기 있게 마구 휘날리며 오늘도 나를 찾기 위해 끄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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