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악마는 달달한 인간을 좋아해

생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고니크

식인 악마가 나오는 동화를 쓸 거다.


식인 악마는 단 걸 좋아해서 당뇨병 걸린 인간만 보면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인간들은 달지 않아지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단 걸 안 먹으니 점점 성격이 팍팍해지는 거다.


시간이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 마을. 그 삭막한 마을엔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자기가 식인 악마한테 잡아먹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면 소녀는 철수도 영희도 민수도 지혜도... 온 나라 사람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자기 마음이 가장 달달하다는 것을 아는 소녀인 것이다.


소녀는 달달한 마음을 가지고 너무 불안한 채로 산다.

매번


"난 더이상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난 차갑고 아무 맛도 안 나는 마음을 가질 거야!"


다짐하지만 그때마다 실패한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결국 그 소녀에 대한 소문이 식인 악마한테까지 난다. 남아있는 인간 중 제일 달달한 인간일 거라는 소문.

두둥. 악마는 소녀를 찾고, 소녀는 도망 다니다가 결국 둘은 마주치게 되는데......!


이 이야기의 끝에서, 소녀는 그 악마마저 사랑하게 될 거다. 그리고 악마는 소녀가 달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고. 왜냐면 사랑은 달달하기 보단 쌉싸름한 맛이거덩. 여튼 해피엔딩임.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원리로 작동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마냥 덮어놓고 사랑할 순 없어. 인간의 모든 마음 안에는 공격성, 찌질함, 이기적임, 냉정함이 있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지. 그걸 불구할 때, 조금 쌉싸름한 맛이 나는 것 같던데, 나는. 한약 같고 좋잖아! 난 그 맛을 좋아한다.


사실 사랑은 달지 않다는 거, 세상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까 사랑을 물씬 주고 싶은 날에 알아서들 양손에 달달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쥐어오는 거겠지. 쌉싸름한 사랑의 맛을 그걸로 중화시키라는 거잖아.


생일날 나는 케이크도 왕창 받고, 아이스크림도 받고, 카라멜마끼아또도 받고, 향기가 나는 오만가지 것들도 받았다. 마음이 간지러워지는 말들도 많이 들었다. 행복해. 내 몸과 맘은 설탕과 알룰로스와 올리고당과 꿀에 절여졌다.


식인 악마가 날 보면 침을 질질 흘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예쁜 구석과 못난 구석을 다 알면서도 날 좋아하기로 결심한 그 쌉싸름한 마음들을 곱씹었다. 못난 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주다니. 고맙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람한테 상처 받을 때마다, 내 맘 정중앙에 위치한 단두대로 즉결 처형을 내려버리는 나.

그때마다


"난 더이상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난 차갑고 아무 맛도 안 나는 마음을 가질 거야!"


결심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건 다 여러분들 탓이에요. 결심이 자꾸 무뎌지잖아. 이제 내 단두대 칼로는 그 누구도 썰어낼 수가 없어졌다고요. 그래요! 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들을 사랑한다고!

님들을 생각할 때 내 혀 끝에도 쌉싸르한 맛이 느껴진다고!

사실은 이 긴 이야기 끝에 요 말이 하고 싶었던 거야!


1월 19일 12시 땡!하는 순간부터 12시 땡.하는 순간까지, 행복만 했다. 이제 식인 악마한테 잡아 먹여도 여한이 없다. 물론 날 입에 넣었다가도 넘 쌉싸르해서 바로 뱉어낼 것 같지만~ 난 사랑이 가득 차 있거덩~ 녹차도 다 먹으면 찌꺼기가 남는데, 내 마음엔 그마저도 남은 불순물이 없네.


완벽하게 행복했던 하루를 기록한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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